활성 고객 2460만명…10만명 이탈 현실화
'고객 경험' 개선에 집중…안전장치도 구축
/그래픽=비즈워치 |
쿠팡이 지난해 목표치였던 연매출 50조원의 고지를 넘지 못했다. 연말에 불거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쿠팡을 이탈하는 이른바 '탈팡족'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당초 일각에서는 '로켓배송'을 대체할 경쟁자를 찾기 어려운 만큼 보안 이슈에도 쿠팡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신뢰도 하락이 곧 소비 심리 위축으로 직결되며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꺾여버린 '로켓' 성장
쿠팡InC가 2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간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9조1197억원(345억3400만달러)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14%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 증가한 6790억원(4억7300만달러)을 거뒀다. 외형과 수익성 모두 사상 최대다.
다만 4분기만 놓고 보면 분위기는 다르다. 쿠팡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2조8103억원(88억35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1% 늘었다. 그러나 직전 분기인 3분기 매출이 12조8455억원(92억6700만달러)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5% 감소했다. 원화 기준 매출이 하락세를 보인 건 지난 2021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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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은 더욱 크게 흔들렸다. 4분기 영업이익은 115억원(800만달러)으로 1년 전보다 97% 급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까지 줄곧 1%대였던 분기 영업이익률마저도 0.1%로 주저 앉았다.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했다는 뜻이다. 당기순손실의 경우 377억원(2600만달러)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거랍 아난드 쿠팡In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개인정보 사고와 한국 추석 연휴의 시기 변화 등이 4분기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며 "수익성 감소 역시 앞서 언급한 단기적인 영항들과 성장 사업(대만·파페치·쿠팡이츠)을 위한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려가 현실로
쿠팡의 이번 4분기 실적에서 눈에 띄는 건 또 있다. 바로 핵심 쇼핑 서비스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부문의 성장이 멈췄다는 점이다. 실제로 4분기 쿠팡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활성 고객(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은 총 2460만명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전인 3분기보다 10만명 줄었다. 고정 환율 기준 매출 성장률 역시 직전 분기 대비 6%포인트 하락한 1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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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속도에서 '보안'과 '신뢰'로 이동한 방증이라는 관측이 많다. 쿠팡은 그간 공격적인 물류 투자를 단행하며 구축한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차별화 전략을 유지해 왔다. 덕분에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경쟁사들이 잇따라 퀵커머스 등을 강화해왔음에도 불구, 배송 경쟁력과 고객 경험 측면에서 쿠팡에 대적할 뚜렷한 대항마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쿠팡은 올해 신뢰 회복을 위한 시스템 개선과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는 이날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다른 기관의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인 데다, 추가 조사가 개시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안전장치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계속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그래픽=비즈워치 |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도 이번 컨퍼런스콜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사과 입장을 처음 육성으로 표명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말 사고 발생 직후 서면 사과문을 통해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해 고객과 국민들께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개인정보 사고로 고객 여러분에게 끼친 심려와 불편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쿠팡은 지금까지 '고객 감동'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해 모든 것을 만들어 왔다. 고객은 우리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인 만큼 반드시 고객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재도약
실적 부진 속에서도 성장 사업은 긍정적인 신호탄을 쐈다. 지난해 4분기 성장 사업 부문의 매출은 2조690억원(14억2700만달러)으로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대만 사업이 풀필먼트 물류 체계 구축 등에 힘입어 세 자릿수 매출 성장을 일구며 견인한 덕분이다. 쿠팡은 현재 대만 내 약 75% 물량을 자체 '라스트마일'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익일 배송하고 있다.
김 의장은 "쿠팡 비즈니스는 단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가 아닌 만큼 다양한 투입 요소를 올바르게 확장하기 위해선 신중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이에 따라 분기별 성장률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고객 경험이나 장기적인 확장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공격적인 투자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이츠와 파페치도 기대감을 높였다. 쿠팡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일본 '로켓나우' 음식배달 사업이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 고객 유지율과 주문 빈도에서 긍정적인 지표를 나타냈다. 파페치는 2023년 말 인수 이후 처음으로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사진=쿠팡 뉴스룸 |
쿠팡은 올해 주력 부문의 실적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난드 CFO는 "지난 1월 프로덕트 커머스의 성장률은 약 4% 수준으로 저점을 형성했지만 2월부터는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어 1분기 매출(고정환율 기준)이 5~1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인정보 사고 영향이 전환기를 거치면서 고객 기대를 충족하는 경험 제공을 통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를 구축하는 데에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상품 라인업 확대를 위한 투자부터 운영 전반에 걸친 자동화를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쿠팡은 서비스 비용을 낮추는 것은 물론 고객 경험 개선과 판매자 지원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의장은 "장기적인 안목을 토대로 한 투자와 필요시 어려운 길을 택해 트레이드 오프를 깨고 고객 감동을 선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쿠팡의 차별화 요소"라며 "고객은 끊임없이 확대되는 카탈로그로 로켓배송의 편리함을 누리고, 판매자는 기존 로켓배송과 로켓그로스를 통해 수천만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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