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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현대리바트는 가구 회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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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H&S 합병으로 해외 건설 역량 흡수
2019년부터 중동 누적 수주 7307억원
해외 B2B 건설업이 새 활로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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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리바트가 최근 이라크에서 해수처리시설 가설공사를 맡게 됐습니다. 가설공사는 대규모 건설 현장을 짓기 전에 숙소·사무실 등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공사입니다. 가구 회사가 중동 건설 현장을 누빈다는 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현대리바트가 해외 건설 사업까지 영위하게 된 배경에는 현대백화점그룹의 50년 역사가 있습니다.

돌아온 가구 회사

현대리바트는 현대그룹에서 출발했습니다. 1977년 현대건설 목재사업부에서 독립한 현대종합목재가 그 시작인데요. 이 회사는 이후 금강목재공업으로 사명을 바꿨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1999년 고려산업개발에 합병됐습니다. 같은 해 종업원지주회사로 다시 분사하면서 '리바트'라는 이름으로 독자 생존을 시작했습니다.

리바트는 국내 가구 시장에서 2위 자리를 굳힐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2008년 퍼시스 계열사 시디즈의 적대적 M&A 시도에 직면했는데요. 이때 백기사로 나선 곳이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그린푸드였습니다. 현대그린푸드는 2011년 리바트 최대주주에 오르며 경영권을 확보했죠. 현대그룹에서 출발해 홀로서기에 나섰던 리바트가 현대백화점그룹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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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리바트.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리바트 인수를 계기로 가구·인테리어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갔습니다. 다만 현대리바트의 해외 사업은 기대만큼 풀리지 않았습니다. B2C 중심의 가구 사업으로는 해외 시장 안착이 쉽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해외에서의 돌파구가 필요했던 현대리바트가 눈을 돌린 곳이 같은 그룹 내 계열사였던 현대H&S였습니다

현대H&S의 전신은 현대백화점의 모태이기도 한 금강개발산업입니다. 현대그룹은 1971년 현대건설 공사 현장에 식품과 의복 등을 공급하기 위해 금강개발산업을 세웠는데요. 현대건설 인부들이 밥을 먹던 함바집을 운영하고 직원 유니폼과 장갑을 공급하던 작은 업체였습니다. 1970년대 중동 건설붐이 일었을 때 현대건설 해외 현장 곳곳에 금강개발 식당이 따라붙었다고 하네요.

한지붕으로

금강개발산업은 1985년 압구정 현대백화점을 개점하면서 유통기업으로 탈바꿈합니다. 1999년 현대그룹에서 독립하면서 현재의 현대백화점그룹이 됐죠. 하지만 금강개발산업의 건설 현장 지원 사업은 그룹 안에서 별도로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현대백화점이 2002년 인적분할을 단행하면서 식자재 유통과 산업·건설 자재 유통 사업들을 현대백화점H&S라는 이름으로 독립시켰고요. 현대백화점H&S는 이후 덩치를 키워 현재의 현대그린푸드로 변신했습니다. 현대그린푸드는 다시 2009년 물적분할을 통해 식자재 유통이 아닌 사업을 현대H&S로 분리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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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 본사 사옥.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H&S는 설립 후 산업자재와 건설자재 유통을 주력으로 하면서 해외 건설 현장 가설공사 사업을 병행했습니다.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등 범현대가 건설사들의 해외 프로젝트 가설공사부터 현대차그룹 자동차 설비, 현대중공업그룹 수출포장사업까지 두루 소화하며 B2B 전문 상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2009년 독립 이후 연평균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2016년 매출 53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사세를 키웠습니다.

현대리바트는 2017년 이 현대H&S를 흡수합병 하게 됩니다. 현대건설 함바집에서 출발한 금강개발산업과 현대건설 목재사업부에서 출발한 리바트가 수십 년을 돌아 현대백화점그룹 안에서 다시 만나게 된 셈입니다.

현대리바트는 현대H&S를 합병하면서 건설업 관련 노하우와 자재 유통망, 약 3000개에 달하는 영업 인프라를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합병 이듬해인 2018년에는 현대리바트가 사업목적에 토목·건축 공사업을 추가하고 해외건설협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해외 건설업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가구 넘어 해외로

현대리바트는 현대H&S와의 합병 덕분에 잇따라 대규모 해외 가설공사 수주에 성공하게 됩니다. 현대리바트는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마잔 프로젝트 가설공사를 처음으로 수주하면서 중동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습니다.

이후 2021년 카타르 LNG 수출기지 확장공사, 2022년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가설공사도 잇따라 따냈죠. 2023년에는 사우디 아람코가 추진하는 50억달러 규모의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가설공사 2건을 수주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수주한 이라크 바스라 해수처리시설 가설공사를 포함하면 현대리바트가 2019년부터 중동에서 따낸 해외 건설사업 규모는 총 7307억원에 달합니다.

통상 대규모 해외 건설 프로젝트의 가설공사는 현지 사정에 밝은 현지 건설사들이 맡는 게 관행이라고 하는데요. 현대리바트는 여러 중동 현지 건설사들이 참여한 경쟁입찰에서도 계약을 따내고 있습니다. 과거 현대H&S가 범현대가 건설사들의 물량을 주로 받으며 성장했다면 이제는 독자적으로도 경쟁력을 입증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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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리바트가 진행한 사우디아라비아 마잔(MIP) 가설공사 현장 모습.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리바트는 해외 가설공사 매출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현대리바트의 해외 가설공사 매출은 2024년 전년 대비 40.9% 증가한 1126억원을 기록했는데요. 현대리바트가 그해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도 해외 가설공사가 한몫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설공사 특성상 프로젝트가 끝나면 매출이 끊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형 수주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리바트의 해외 가설공사 매출은 지난해 285억원으로 급감했는데요. 기존 현장들이 잇따라 종료된 영향이었다고 하네요.

최근 국내 가구시장은 주택 경기 침체 영향으로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번 이라크 가설공사 수주를 비롯한 해외 B2B 건설업이 현대리바트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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