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의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EX30.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
“EX타이타닉30호를 타게 됐네요.”
볼보자동차의 전기차 모델 EX30의 차주인 A씨는 최근 한 온라인 카페에 이런 글을 올렸다. ‘EX타이타닉30호’는 EX30의 가치 하락을 풍자한 말이다. 애초에 이달 출고 예정이던 EX30을 판매자 권유로 지난달 30일 인도받았는데, 보름여 만에 볼보가 EX30 모델의 가격을 700만원가량 인하했다는 내용이다. EX30 차주 중 할인 가격을 소급해 받을 수 있는 차주는 2월 인도받은 사람까지였다. A씨는 이틀이 빨랐다.
2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볼보의 EX30 기존 차주들 사이에는 최근 볼보의 가격 인하로 인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가격 인하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중고차 가격의 하락이 동반하면서다. 기존 차주들의 불만을 직접 맞닥뜨린 것은 판매 대행업체(딜러사)이지만, 별 다른 대응 방안도 나오지 않는 터라 딜러사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가격 경쟁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테슬라가 모델3의 가격을 약 940만원 내리며 경쟁에 불을 붙였고, 다른 전기차 업체도 보조금 연계 할인, 금융 지원 등에 나서며 이에 동참했다. 볼보는 이달 20일 순수 전기차인 ‘EX30’와 ‘EX30CC’의 가격을 최대 761만원 내리며 정점을 찍었다.
차주들은 “뒤통수 맞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8일 차량을 인도받았다는 한 카페 이용자는 “초기 구매자들을 기만한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며 “불과 한 달 차이로 수백만원을 더 지급하게 된 초기 구매자들에 대한 배려나 사전고지가 전혀 없었다”고 볼보 측에 보낸 항의 e메일을 공유하기도 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지난 20일 전기차 모델인 EX30의 가격 인하를 발표한 이후 볼보 전기차주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 ‘볼보 전기차 통합동호회’에는 자신의 EX30출고일이 1월30일이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EX30 모델 가격 인하로 보상은 2월 출고자부터다. 볼보 전기차 통합동호회 카페 갈무리 |
볼보 차주들이 볼보에 더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는 볼보가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고정가격제’를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 전국 동일 출고가를 적용하고 할인을 최소화하는 등 ‘감가 방어가 잘 되는 브랜드’라는 믿음을 심어왔지만, 갑작스러운 가격 인하로 이런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다.
실제 8개월째 EX30을 소유하고 있는 이재민씨(37)는 “볼보의 판매전략 중에 우리는 ‘할인이 없다’ ‘감가 방어가 잘 된다’는 게 있었는데 가격을 700만원이나 내려놓고 이건 할인이 아니고 가격 인하 조정이니 우리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만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태도는 소비자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주들은 EX30의 배터리 결함 이슈도 다시 소환하고 있다. 볼보는 국내 EX30 차주에게 리콜이라는 근본 해결책 없이 ‘배터리를 70%만 충전하라’는 안내만 제공하면서 가격 인하로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취지다.
지난 24일 온라인 카페 ‘볼보 전기차 통합동호회’에는 가격 인하로 인한 민원을 볼보코리아에 제기했더니 판매 대행업체의 지점장에게 연락이 왔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볼보 전기차 통합동호회 카페 갈무리 |
딜러사도 입장은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볼보가 보상·대응 방안을 제시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차주들의 불만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딜러사는 사내 e메일을 통해 “볼보코리아에서는 현실적 보상 계획은 없다고 한다”며 “‘갑작스러운 인하는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통일된 멘트로 고객 응대 부탁한다”고 나름의 대응 방안을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볼보 판매 담당자 B씨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볼보코리아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대책 마련 대신 민원 책임을 딜러사 지점장과 담당 판매 사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이럴 거면 작년에 차를 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볼보는 정부·지자체 보조금이 잠시 중단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부 판매점에 전기차 보조금을 일부 지원해주며 판매를 이어왔다”면서 “이건 가격 인하를 앞두고도 정보를 숨긴 채 차량 판매에 열을 올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볼보코리아는 이날 입장을 듣기 위한 기자의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볼보 홍보 대행사 관계자는 “EX30의 가격 조정은 전기차 대중화와 더불어 가격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브랜드 내부에서도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케어 서비스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리콜 사태와 관련해서는 “이미 고객들에게 권고 사항을 전달했다”며 “(리콜과 가격 인하 등 고객 불만에 대응할) 공지가 확정되는 대로 딜러사에도 안내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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