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IOC의 계륵’ 동계올림픽의 미래는?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댓글0

동계올림픽 최대 약점 ‘백인 부자들의 잔치’
‘눈과 얼음’ IOC 헌장 개정 후 종목 추가
6월 IOC 집행위 논의, 김재열 역할


더팩트

지난 2월 2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폐회식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동계 올림픽은 우리네에게는 지상파 방송3사의 중계 불참으로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동계 올림픽은 IOC에게도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 뉴시스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동계 올림픽의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구촌 3대 이벤트인 엑스포, 올림픽, 월드컵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각각 국제박람회기구(BIE),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도하죠. BIE는 정부간기구이고, IOC와 FIFA는 좀 특수하기는 하지만 민간단체입니다.

산업박람회인 엑스포는 시작부터 엄청났습니다. 수많은 관람객이 몰리고, 국가적 역량이 동원됐죠. 반면 올림픽과 월드컵은 초라했습니다. 당연히 엑스포에서 올림픽이 나오고, 올림픽에서 월드컵이 비롯됐죠. 올림픽은 1회 대회만 상징적인 차원에서 그리스에서 열렸고, 2회(1900년 파리), 3회(1904년 세인트루이스)는 모두 엑스포와 함께 열렸습니다. 셋방살이였죠. 3회 대회는 원래 시카고에서 열 예정이었으나 엑스포의 압력에 세인트루이스로 옮겨졌고, 이에 쿠베르탱 IOC위원장이 삐쳐서 불참하기도 했습니다.

# 월드컵은 올림픽으로부터 자극을 받았습니다. 1904년 설립된 FIFA는 1회 월드컵(우루과이)을 1930년에 열었죠. 그 사이인 1914년 자신들의 대회가 없는 FIFA는 올림픽 축구대회를 ‘세계 아마추어 축구 선수권대회’로 승인하기도 했습니다. 세 단체 모두 영국이 지구촌 패권을 쥐었던 시기에 생겼는데, 신기하게도 라이벌인 프랑스가 단체설립을 주도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과 월드컵은 이제 엑스포를 능가할 정도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갈 정도로 경제효과도 큽니다. 이 빅3 이벤트의 단어 쓰임새만 봐도 확인이 됩니다. 모체인 엑스포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더 널리 쓰입니다. 예컨대 수학올림픽, 기술올림픽 등 스포츠가 아닌 분야에도 올림픽은 사용됩니다. 월드컵도 축구 외의 다른 종목에서도 쓰입니다(한국에서는 아이스크림 이름까지).

더팩트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커스티 코번트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30년 동계 올림픽을 주최하는 프랑스 대표자에게 오륜기를 전달하고 있다. 어쩌면 다음 동계 올림픽부터는 눈과 얼음이 아니라 진흙길과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새로운 종목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 뉴시스


# 그런데 동계올림픽은 좀 다릅니다. 시작부터 그랬습니다. 1924년 파리 올림픽(5~7월)을 앞둔 프랑스는 관광수익 증대를 위해 샤모니에서 동계 올림픽을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설상 스포츠의 강국인 북유럽국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윈터 스포츠 위크’라는 타이틀로 대회(1월)를 열었고, 나중에 제1회 동계올림픽으로 승인받았습니다.

그러다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의 중간에 열리고 있습니다. 엑스포는 5년, 올림픽과 월드컵은 4년 주기로 열립니다. 그런데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올림픽은 2년에 한 번 동계와 하계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찾는 것입니다. 올림픽이라는 단어의 희소성이 줄어든 것이죠.

# 하계 올림픽도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동계 올림픽은 아주 심각합니다. 동계올림픽은 참가국, 출전선수, 메달수, 중계권료는 대체로 하계올림픽에 비해 1/2~1/3 수준이지만 실제 파급력은 훨씬 더 떨어집니다. 특히 ‘부자들의 잔치’라는 오명은 치명적입니다. 지구촌 축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부자나라, 백인 편중현상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번 밀라노 대회도 인구 560만 명의 노르웨이가 국가별 메달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에 올랐습니다. 미국(2위), 일본(10위)을 제외하면 모두 유럽국가들이죠(한국 13위). 메달을 획득한 국가 중 아프리카 국가는 아예 없고, 남미도 브라질(공동 19위. 금메달 1개)이 유일합니다. 아시아도 한중일을 제외하면 카자흐스탄(공동 19위)밖에 없습니다.

# 이유는 간단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습니다. 일단 ‘지리적 장벽’이 높습니다. 동계올림픽 종목은 기후 요인으로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는 접근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여기에 ‘돈의 장벽’도 큽니다. ‘1억 원짜리 썰매’라는 말이 시사하듯 동계 종목은 비용이 많이 듭니다. 심지어 같은 나라 안에서도 편중현상이 생깁니다. 동계올림픽 출전선수는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유색인종의 비율이 크게 떨어집니다. 실제로 이번 밀라노 동계올림픽 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표팀 사진을 올리며 격려했는데, ‘흑인이 한 명도 없는’ 대표팀 구성원의 모습이 크게 이슈가 됐습니다. ‘설원에는 음바페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죠.

더팩트

가수 싸이(왼쪽)가 지난 2월 19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프로그램을 관람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 오른쪽은 커스티 코번트리 IOC위원장. / 뉴시스


# 당사자인 IOC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6월 취임한 커스티 코번트리 IOC위원장은 ‘미래를 위한 준비(Fit For The Future)’ 프로젝트를 실시하며 동계올림픽 종목에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가난하고, 더운 지역의 나라들이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동계올림픽에 크로스컨트리(육상)와 사이클로크로스(사이클)을 도입하는 겁니다. 심지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범경기로 열렸던 ‘스노 발리볼’(배구)과 ‘플라잉디스크’도 동계 가족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마침 동계올림픽 세부종목은 116개(밀라노)로 여유가 있는 반면, 하계올림픽은 350개(2028 LA)로 포화상태입니다.

#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올림픽헌장 제6조 2항에 명기된 ‘눈이나 얼음 위에서 행해지는 스포츠만이 동계 스포츠’라는 규정을 개정해야 합니다. 나라의 헌법을 고치는 일이라고들 하는데, 사실 이건 쉽습니다. 총회에서 투표하면 됩니다. 절차상의 문제보다는 기존 동계스포츠 종목의 반발을 무마해야 하는 게 관건입니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동계올림픽종목협의회(WOF, 구 AIOWF) 측은 "그러한 시도는 동계올림픽의 독창성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고 합니다. 또 미국 바이애슬론협회의 맥스 코브 회장도 "그 종목들(크로스컨트리, 사이클로크로스)이 그렇게 좋은 종목이면 벌써 하계올리픽 종목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동계올림픽의 미래는 오는 6월 IOC 집행위원회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번 밀라노 IOC 총회에서 새 집행위원으로 선출된 한국의 김재열 IOC위원(국제빙상연맹회장)이 참석합니다. 코번트리 위원장이 김재열 위원에 대해 '미래를 위한 준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하는데, 어쩌면 IOC의 계륵인 동계올림픽 개혁을 염두해둔 사전포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팩트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더팩트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스포츠조선'포수라고 봐주지 않았다' 이정후, ML 첫 4안타+5출루 폭발...갈길 바쁜 메츠 상대 3G 0.583
  • 뉴스핌대구체력인증센터, 첨단 장비로 정밀 체력측정 결과 제공한다
  • 연합뉴스스포츠윤리센터, 코치 위협한 프로배구 김종민 감독 징계 요구
  • 파이낸셜뉴스배동현 BDH재단 이사장, IPC 위원장 최종 후보 확정…국내 첫 출마
  • 스포티비뉴스‘정말 고생했어' '굿바이’ 손흥민, 끝내 HERE WE GO 떴다! “구두합의 완료…LAFC 이적 확정” 이적료 최소 240억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