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기도 들고… 북한 노동당 제9차대회기념 열병식이 지난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번 열병식에 각 군종, 병종, 전문병종대 등 50개 도보 종대와 열병 비행 종대가 참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열병식에 러시아 국기도 보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
4월 미·중 정상회담 계기로
트럼프와 만남 여지 남기며
“핵 포기 불가” 조건 재확인
협상에서 남한 불필요 판단
“남북 국경선 요새화” 밝히며
‘적대적 두 국가’ 실행 구체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차 당대회에서 미국과 대화 공간을 열어둔 반면 남한과 물리적 단절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핵보유국 지위 획득에 사활을 거는 기존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핵보유국 지위 획득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남한에 대해 적대적 조치를 강화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여지는 좁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이 26일 공개한 당대회 사업총화(결산)보고에서 “세상이 통째로 변하지 않는 한 우리의 핵포기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면서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이 밝힌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미국이 허황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하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오는 4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정상 간 만남을 열어놓음과 동시에 자신들의 협상 기준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비핵화 대 제재 해제’ 교환이라는 2019년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협상이 실패한 뒤, ‘적대시 정책 철회 대 대화 재개’ 교환이라는 새로운 협상 틀을 제시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이 한·미 연합연습 규모를 줄이거나, 협상 의제를 모든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식으로 포괄적으로 접근하면 북·미 대화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남한에는 “한국을 배제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들을 앞으로 더 명백하고 실천성 있게 강구하겠다”고 밝히며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더욱 강화했다. 적대적 두 국가에 대한 선언적 언급을 넘어 물리적·군사적·외교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한발 더 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남북국경선을 빠른 기간 내에 요새화하겠다고 했고 600㎜ 방사포와 신형 240㎜ 방사포 체계를 증강 배치하겠다고 했다. 또 “유엔에 두 개의 국가로 가입했다”며 국제법적 두 국가 지위도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적대적 두 국가에 대한 선언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단절 조치가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북한 공식매체는 보도하지 않았지만 당 규약의 ‘민족·평화통일’ 문구도 삭제·변경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남한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획득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남한을 “조선반도 비핵화의 간판 밑에 우리의 무장해제를 획책하는 위해로운 존재”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불가역적 핵보유국으로서 가장 적대적인 국가인 남한과는 결별하겠다는 선언”이라며 “대남 전략의 근간을 바꾸는 변곡점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남한이 중재자 역할을 했던 2018~2019년 북·미 협상 국면과 달리 북한이 미국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대미관계를 한국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남북관계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면, 러시아와 북한 간 틈새가 생기고 그 사이에서 북·미, 남북 대화의 공간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러시아 등 국제사회와 협조해 우회적으로 남북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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