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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범죄 알고있다”…약물살인-기밀누출 검거 ‘스모킹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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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술을 같이 먹으면 죽나” 질문에 덜미
모텔 살인 20대女 혐의 상해치사→살인 변경
美 독살 범인 등도 AI 대화-검색에 꼬리 잡혀
동아일보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타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이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경찰은 이 여성이 지난달 말 또 다른 남성에게도 동일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숨진 이들의 부검을 진행 중이다. 2026.2.12 뉴스1


‘수면제와 술을 같이 먹으면 어떤가.’ ‘죽을 수도 있나.’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해 약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김모 씨가 범행 전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에 남긴 질문이다. 최소 4명에게 약물을 먹인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1차 범행 당시 피해 남성이 약물 복용 후 이틀 만에 의식을 회복하자, 마치 치사량을 가늠하듯 이런 질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2차 범행부터는 약물 투여량을 늘렸고, 결국 남성 2명이 숨졌다.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확인한 챗GPT 검색·대화 기록을 토대로 김 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해, 기존 상해치사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했다.

이처림 범죄 전후 AI와 나눈 대화 내역이 수사의 핵심 단서로 이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수사 당국 역시 ‘AI 포렌식’에 집중하고 있다

● 공범이 된 AI…범행 동기까지 털어놔

이번 ‘모텔 약물 연쇄살인’ 같은 강력범죄뿐 아니라 일반 형사사건과 변사사건에서도 AI 기록은 의미 있는 단서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변사사건에서도 경찰은 사망자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메신저와 AI 사용 기록을 분석했고, 이를 통해 우울증 정황을 확인해 사망 경위를 파악했다. 이민형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디지털포렌식계 분석관)은 “최근 수사 현장에서는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AI 사용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 절차가 됐다”며 “겉으로 드러난 행위뿐 아니라 그 이면의 의도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말했다.

기업 범죄 수사에서도 AI 기록이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6월 한 업체 임원이 퇴사 전 업무상 비밀을 유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설 회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챗GPT를 사용한 정황이 확인돼 혐의 입증의 단서가 됐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한 여성이 챗GPT에 독극물 정보를 검색한 뒤 남편을 독살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같은 달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대형 산불 사건의 용의자가 범행 전 챗GPT에 산불 이미지를 생성해 달라고 요청하고, 화재 직후 책임 회피성 질문을 남긴 사실이 드러나 입건됐다. 모두 AI 대화 기록이 범행 준비나 동기를 보여주는 정황 증거로 활용된 사례다.

수사당국은 AI 대화 기록이 기존 포털 검색 기록과는 다른 차원의 정보를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검색어가 단편적 흔적에 그친다면, AI와의 대화는 질문과 응답이 축적돼 이용자의 사고 흐름과 목적성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정두원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챗GPT 대화에는 작성자의 의도가 비교적 직접적으로 반영된다”며 “일반 검색 기록보다 수사상 유의미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삭제해도 복구”…AI 포렌식 고도화

특히 AI 대화 기록은 삭제하더라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상당 부분 복구가 가능하다. 영상·이미지와 달리 텍스트 데이터는 손상돼도 복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준형 플레이비트 센터장은 “AI 대화 내역 같은 텍스트 데이터는 복구율이 높아 수년 전 기록도 되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AI 대화 기록이 재판에서 실질적인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리적으로는 기존 검색 기록과 본질적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 권양섭 국립군산대 법학과 교수는 “네이버·구글 검색어가 증거로 활용돼 온 것처럼 AI 대화 기록도 유사하게 해석될 여지가 크다”며 “휴대전화 사용 정황 등과 결합될 경우 증거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이생성형 AI 관련 범죄 증가에 대비해 ‘로컬 환경 인공지능 모델 대상 포렌식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등 AI 포렌식 역랑 확대에 착수했다.

조승연 기자 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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