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술 마신줄 몰랐다”에 무죄…음주운전 동승자 처벌 ‘유명무실’

댓글0
동아일보

뉴스1


국내 음주운전 사고 10건 중 1건은 동승자가 있는 사고지만, 이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처벌까지 받는 동승자는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동승한 사람을 처벌하려면 형법상 방조죄를 적용해야 하지만 고의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음주운전을 방조한 이들에 대한 처벌 요건을 구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 보험 처리 음주운전 중 11%는 동승자 있어

26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9~2023년 삼성화재에 보험 처리로 접수된 음주운전 사고 중 11.2%는 동승자가 있었다. 경찰청은 음주운전 사고를 집계하고 있지만 동승자 탑승 여부까지는 별도 통계로 집계하고 있지는 않다.

같은 기간 경찰청이 집계한 음주운전 사고는 7만5950건으로, 연구소의 비율을 토대로 추산하면 동승자가 탑승한 사고는 약 8500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2020~2024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964명으로, 추산치의 약 11%에 불과하다.

이는 도로교통법에 동승자 방조 처벌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동승자의 음주운전 방조를 처벌하려면 형법상 ‘종범(방조범)’ 적용을 검토해야 하는데, 동승자가 음주 사실을 인지했고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방조 혐의를 입증하려면 술을 함께 마셨다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블랙박스 기록 등이 있어야 한다”며 “동승자가 ‘몰랐다’거나 ‘말렸다’고 주장하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30일 인천 계양구 부평IC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충돌 사고의 경우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33%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지만, 조수석에 탑승한 동승자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방조 혐의로 기소돼도 처벌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다. 2024년 2월 대전지법 홍성지원은 혈중알코올농도 0.212% 상태에서 운전한 운전자의 차량에 동승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동승자가 ”술을 마신지 몰랐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같은 해 8월 군사법원은 후임병의 음주운전을 제지하지 않은 선임병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 日, 주류 제공자까지 처벌… 사망자 3분의 1로

일본의 경우 2006년 음주운전 차량이 앞차를 들이받아 어린이 3명이 숨진 ‘후쿠오카 음주운전 사고’를 계기로, 2007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동승자뿐 아니라 주류 제공자와 차량 제공자까지 처벌 대상으로 확대했다. 음주운전을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술을 제공하거나 차량을 빌려줘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 실제로 음주운전으로 2차 회식장소로 이동중인 걸 알았던 동승자와 주류 판매업자가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그 결과 음주운전 사망자는 2007년 434명에서 2024년 140명으로 크게 줄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일본은 교통사고 책임 주체를 확대함으로써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음주운전 방조에 대한 법 조항을 명문화해서 현장 경찰의 혐의 입증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서도 동승자 처벌 강화를 위한 법 개정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결실을 보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경찰은 일본 사례 등을 참고해 방조 행위 유형과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파이낸셜뉴스한국해양대·쿤텍·KISA, ‘선박 사이버 침해사고 대응 기술 연구' 맞손
  • 경향신문서울시 ‘약자동행지수’ 1년 새 17.7% 상승…주거·사회통합은 소폭 하락
  • 이데일리VIP 고객 찾아가 강도질한 농협 직원…"매월 수백만원 빚 상환"
  • 노컷뉴스'폐렴구균 신규백신' 10월부터 어린이 무료 접종
  • 뉴스핌김해 나전농공단지에 주차전용건축물 조성…주차 편의 도모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