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미국 주요 항공사들이 올해 최대 5억8000만달러(약 8255억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열풍에 승객 평균 체중이 줄면서 항공기의 이륙 중량을 낮추고 연료 효율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승객 평균 체중이 10% 줄면 연료비가 최대 1.5% 절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호재다. 지난 2018년 유나이티드항공은 기내 잡지를 더 가벼운 종이로 인쇄해 연간 약 29만 달러(약 4억1269만원)의 연료비를 아꼈다. 그 이전에는 샐러드 속 올리브 한 알을 뺄 정도로 '그램 단위' 무게 절감에 공을 들였다. 그런데 지금은 '승객의 체중 감량'이라는 뜻밖의 요소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작은 변수가 변화를 만드는' 원리가 우리 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체중은 흔히 다이어트의 성패나 목표치 정도로만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1~2kg만 변해도 신체 시스템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체중의 작은 변화를 '몸이 어떻게 감지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세밀한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혈압은 대표적인 사례다. 비만 고혈압 환자가 체중을 1kg 줄이면 수축기 혈압이 1.6 mmHg, 이완기 혈압 1.3 mmHg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숫자만 보면 미미해 보여도 고혈압 환자에게는 약물 용량이나 심혈관 위험도에 영향을 줄 만큼 의미 있는 변화다.
관절도 즉각 반응한다. 체중 1kg이 늘면 무릎 관절에는 3~4kg의 하중이 더해진다. 계단을 오를 때 통증이 예민해지는 이유다. 반대로 2~3kg만 줄어도 "무릎이 한결 편해졌다"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수면의 질 또한 민감하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목 주변 불필요한 지방 증가와 연관돼 있는데, 지방이 기도를 눌러 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체중이 1kg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호흡장애지수(RDI)가 약 0.5~1회 내외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항공기의 연료 효율이 몇 kg의 무게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듯, 우리 몸 역시 작은 체중 변화에 따라 신체 기능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대사 기능은 특히 빠르게 반응해 체중을 조금만 조정해도 혈당· 염증 수치가 단기간에 개선될 수 있다.
최근 의학 연구에서는 신체 대사 상태를 나타내는 '대사 나이(Metabolic Age)'가 건강 수명과 노화를 가늠하는 지표로 주목 받고 있으며, 정식 측정 없이도 여러 간접 신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허리둘레 증가(남성 90cm·여성 85cm)나 공복혈당(100mg/dL) 상승, 중성지방 증가 같은 신호는 대사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는 대표적 징후다.
김정은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 대표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대사 나이가 높게 측정된다는 것은 몸이 에너지 연소 효율을 점차 잃고 있다는 의미"라며 "대사 기능이 떨어지면 같은 음식을 먹어도 체중이 더 잘 붙고, 피로 회복이 더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몸의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이 건강 관리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대사를 젊게 만들려면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단순당·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 근육 손실을 막는 것이 기본이다. 채소 중심 식단에 베리류·녹황색 채소·오메가-3 지방을 포함하면 염증 반응이 줄어 대사가 안정화된다.
김정은 원장은 "무엇을 먹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순서로 먹는지도 중요하다"며 "식사 직전 또는 시작과 함께 채소를 5분 정도 천천히 섭취하는 것이 좋고, 이후 단백질을 섭취하면 포만감을 주는 호르몬 분비가 촉진돼 전체 식사량 조절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운동은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스쿼트·런지·데드리프트 등 하체 근력 운동은 큰 근육군을 자극해 대사 개선에 유리하다. 주 2~3회 빠르게 걷기·러닝 등 유산소 운동 100~150분을 실천하면 혈당 안정과 지방 연소가 촉진된다. 김 원장은 "당뇨가 있거나 혈당 관리가 필요하다면, 근육이 포도당을 소모하도록 식후 30분 이내 가벼운 걷기가 특히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박보람 기자 ram0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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