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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재료 화학물질, 멸종위기 돌고래 뇌까지 침투···“인간도 위험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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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뇌장벽’마저 뚫고 검출···“큰 위험 신호”
경향신문

인도태평양혹등돌고래. 국제 고래류 보호단체 ‘고래와돌고래보전(Whale and dolphin conservation)’ 누리집 갈무리


스마트폰·노트북 모니터 등의 화면을 선명하게 만드는 화학물질이 멸종위기 돌고래의 뇌까지 침투했으며, 유전자 변형 등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물질에 오염된 어류나 식수를 먹는 사람도 피해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홍콩시티대와 뉴욕주립대 올버니캠퍼스 등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과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25일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도태평양혹등돌고래의 체내에서 높은 농도의 액정단량체들(LCMs)이 확인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LCM이라 불리는 물질들은 티비, 노트북, 스마트폰의 LCD 화면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합성유기화학물질이다. 빛이 디스플레이를 통과할 때 배열을 제어해 기기들이 선명한 이미지를 보이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 논문의 저자인 홍콩시티대 허유허 연구원은 가디언에 “이 화학물질들은 티비, 노트북, 스마트폰 화면을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매우 안정적으로 설계됐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안정성이 환경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다. 쉽게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버려진 티비나 노트북, 스마트폰 화면에서 환경 중으로 유출된 LCM에 무척추동물과 어류가 노출될 경우, 이 물질이 분해되지 않고 먹이사슬을 통해 상위 포식자들의 체내에까지 유입된다는 것이다. 최상위 포식자인 돌고래가 LCM에 오염된 먹이를 잡아먹으면 먹을수록 체내에 이 물질이 축적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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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와 함께 유영 중인 인도태평양혹등돌고래. 국제 고래류 보호단체 ‘고래와돌고래보전(Whale and dolphin conservation)’ 누리집 갈무리


기존 연구들에서는 일부 LCM이 실내 공기와 폐수 등에서 확인됐으며, 인간과 일부 수생생물에게 건강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오염물질이 해양 먹이사슬을 통해 어떻게 이동하는지와 최상위 포식자에게 어떻게 도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인도태평양혹등돌고래는 주로 중국 남부와 대만, 동남아시아, 인도 동해안과 인도차이나 반도 사이 벵골만 등 연안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해양포유류다. ‘분홍돌고래’로 널리 알려진 멸종위기 중국흰돌고래는 인도태평양혹등돌고래의 아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멸종위기종 목록인 적색목록(Red list)에는 ‘취약(VU)’ 범주로 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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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혹등돌고래의 서식 지역.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Red list) 누리집 갈무리


연구진은 남중국해에서 2007~2021년 사이 이 돌고래들과 상괭이들의 사체 시료를 분석한 결과 LCM으로 인해 돌고래 세포에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돌고래 시료에서 검출된 LCM의 출처로는 티비가 약 56%로 가장 많았고, 컴퓨터 화면이 33%가량, 스마트폰이 11%가량을 차지했다.

연구진은 특히 돌고래의 뇌에서도 소량의 LCM을 검출했다. 뇌는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BBB)이라고 불리는 강력한 장벽을 통해 보호받고 있는데, 이 물질이 이 장벽마저 뚫고 뇌에서 검출된 것에 대해 연구진은 큰 위험 신호라고 경고했다. 허 연구원은 가디언에 “이 화학물질이 돌고래의 혈액뇌장벽을 넘을 수 있다면 이 물질에 오염된 해산물이나 식수에 노출된 인간에게도 유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 건강 피해의 직접 증거는 아직 없지만, 돌고래 세포에 대한 실험 결과 이 화학물질이 DNA 복구 및 세포 분열과 관련된 유전자 활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인간 피해가 완전히 입증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늦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전자폐기물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미래의 공중보건위기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노트북을 포함한 전자폐기물은 세계적으로 연간 6200만t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일회용품으로 간주되는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는 ‘패스트테크’가 전자폐기물 문제의 주된 원인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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