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결의 필요한 정관변경도 동시제안
3차상법 시대가 만든 새로운 주총 논쟁
KT&G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 |
KT&G가 지난 25일 오후 5시 44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정기주주총회 안건 공시를 올렸다. 같은 날 오후 4시 40분께 국회가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하 3차 상법)을 통과시킨 지 1시간 만이다.
KT&G가 공시한 정기주총 안건을 보면 '3차 상법 활용 교과서'라고 할 만하다. 이 회사는 우선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1086만6189주(총발행주식의 9.4%)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제시했다.
국회를 통과한 3차 상법에 따르면 기업이 새로 취득하는 자사주는 1년, 기존 보유 자사주는 1년 6개월 이내에 원칙적으로 소각해야 한다. KT&G는 1년 6개월이란 유예기간 있지만 모호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미리 소각하겠다는 의지를 자본시장에 전한 것이다. 상법 개정 취지에 적극 화답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KT&G는 깨알같이 3차 상법이 담고 있는 다른 조항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기존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되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신규 자사주를 취득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3차 상법이 규정하는 소각 예외조항이다.
다만 임직원 보상용 자사주 매입·처분은 지금까지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했지만, 3차 상법 시행 이후에는 주총에서 '자기주식 보유 처분 계획서'라는 것을 승인받아 실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임의 보유·처분하면 방경만 KT&G 대표이사를 비롯한 등기이사 개인이 수천만원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3차 상법이 추가한 처벌 조항이다.
KT&G의 3차 상법 활용법 정점은 정관 변경이다. 3차 상법에는 '회사가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경우, 자사주를 보유·처분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자칫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로 논쟁적 사안이지만, 경영 전략의 유연성도 보장해야한다는 이유로 들어간 내용이다.
다만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회사 정관을 바꿔서 해당 내용을 미리 넣어둬야 한다. 정관 변경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다.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고, 반대로 참석 주주 3분의 1 이상이 반대하면 부결이다. 지배주주가 없는 전문경영인 중심의 KT&G로서는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주주들이 환호할 만한 자사주 전량 선제 소각 카드를 제시하는 동시에 까다로운 정관 변경에 동의를 구하는 전략을 함께 내세운 것이다.
정관 변경은 이번 KT&G 주총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과거 외국계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혹독하게 시달린 토종기업 역사에서 나오는 불가피성, 그럼에도 돈 잘 버는 담배회사가 굳이 신기술 도입·재무구조 개선 명목으로 정관을 고치려 하느냐는 논쟁이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조차도 이전에 없던 경험이다. 지금까지는 이사회만 열어 우호 주주에게 자사주를 팔거나 교환사채를 발행하면 그만이었다. 굳이 주총까지 열어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받아야 할 의무가 없었다.
25일 국회를 통과한 3차 상법은 '공포 후 즉 시행' 하는 법안이다. 법안 공포는 3월 초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KT&G 주총은 법안 시행 이후가 확실한 3월 26일 열린다.
3차 상법이 자사주를 바라보는 기본 시각은 자사주가 더 이상 경영진이나 특정주주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사주를 취득할 요량이라면 소각해야 하고, 소각 없이 보유하거나 처분할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기존처럼 이사회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고 주주 동의를 반드시 얻으라는 것이다.
KT&G는 이러한 3차 상법의 취지를 그대로 받아들여 기존 자사주는 앞당겨 전량 소각하고, 대신 정관 변경이라는 다소 논쟁적인 화두를 함께 던졌다.
3차 상법 시험대를 자청한 KT&G가 이번 주총에서 경험해가는 과정은 여전히 자사주 숙제를 풀지 못한 많은 상장사가 앞으로 주총에서 참고하는 교과서가 될 것이다. 3차 상법 시대에 KT&G 주총의 과정과 결론이 궁금하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