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에 스티븐 호킹이 비키니 차림 여성 2명과 함께 찍힌 사진이 포함됐다. /미 국무부 |
엡스타인 파일에 영국의 유명 물리학자인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가 비키니 차림 여성 2명과 함께 찍힌 사진이 등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다만 유족 측은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단순히 호킹 박사의 장기 간병인이었다고 해명했다.
25일 영국 일간 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수사 일환으로 공개한 수백만 건의 파일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사진이 포함됐다.
사진을 보면, 호킹 박사는 선베드에 앉아 상·하의를 모두 갖춰 입은 채 누워 있고, 양옆에는 검은색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칵테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 여성은 호킹 박사가 칵테일을 쥘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다소 친밀해 보이는 모습이다.
이 사진은 2006년 3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세인트토머스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과학 심포지엄 기간에 촬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엡스타인이 미성년자에 대한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되기 약 5개월 전이다. 당시 심포지엄에서 호킹은 양자 우주론에 관한 연설을 했으며, 인근 섬에서 엡스타인의 초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같은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물리학자이자 201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필립 피블스는 당시 회의 분위기가 평소와는 달랐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발표하는 과학자를 제외하면 참관인이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심포지엄 중 갑자기 여러 명의 젊은 여성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피블스는 “우리는 발표 사이사이 토론을 하고, 커피를 마시며 주변에 모여 이야기하곤 한다. 아주 전형적인 풍경”이라면서도 “그런데 어느 순간 보기 좋은 젊은 여성들이 나타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상상도 안 됐다”고 했다.
이후 피블스는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 착취 사실이 드러난 뒤 당시 기억을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그는 “그 당시엔 갑작스럽게 등장한 여성들이 순간적으로만 의아했을 뿐 이후엔 대체로 잊어버렸다”면서도 “엡스타인 체포 이후 그 젊은 여성들은 그가 고통받게 만든 사람들의 ‘컬렉션’의 일부였다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문서에는 호킹의 이름이 약 250차례 언급된다. 이전에도 호킹은 엡스타인의 섬에서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사진들에 등장한 바 있다. 2006년 3월 바비큐 행사 사진과,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금발 여성과 함께 보트 크루즈 및 잠수정 투어를 하는 모습 등이다.
파일에는 2015년에 엡스타인이 작성한 이메일도 포함돼 있는데, 여기에는 엡스타인이 버지니아 지우프레가 제기한 “호킹이 미성년자들과의 난교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어떻게 반박할지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작년 4월 41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숨진 지우프레는 자신이 엡스타인을 포함해 앤드루 왕자 등에게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폭로해 온 인물이다. 해당 이메일에서 엡스타인은 “버지니아의 친구, 지인 또는 가족 중 누구든 나서서 그녀의 주장들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보상을 걸 수 있다”며 “가장 강력한 건 클린턴 만찬이고, 버진아일랜드에서의 새 주장으로는 스티븐 호킹이 미성년자 난교에 참여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호킹 가족 측은 호킹과 엡스타인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아울러 엡스타인 파일 사진 속 비키니 여성들은 호킹과 항상 동행하는 장기 간병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호킹 박사는 50년 넘게 루게릭병을 앓아 휠체어 생활을 해온 바 있다. 가족 측 대변인은 “호킹은 인공호흡기, 음성 합성기, 휠체어, 그리고 24시간 의료 돌봄에 의존해야 했다”며 “그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식의 어떤 암시도 잘못된 것이며, 극도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박선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