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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훈풍’에 성장전망 재차 상향…금리 동결은 장기화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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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發 수출 훈풍에 소비심리도 개선
환율 불안 여전하고 집값 오름세도 지속
美관세 불확실성에 금리 높일 명분 낮아
헤럴드경제

이창용(가운데)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이 26일 오전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통위에 모여있다. [한국은행 제공]



[헤럴드경제=김벼리·유혜림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2%로 높여 잡으면서 기준금리를 6연속 동결한 것은 그만큼 수출과 소비를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를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6일 통화정책결정 결정문에서 “국내 경제는 소비 회복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개선세를 지속했다”며 “앞으로 국내 경제는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지겠으나 소비 회복세가 지속되고 수출 및 설비투자 증가세도 반도체 경기 호조와 양호한 세계 경제 성장세 등으로 애초 예상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경기는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호조로 과거보다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은 3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2000년 이후 다섯 차례의 확장기(평균 29개월 지속)보다 긴 수준이다. 한은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 1월 증가폭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넘게 커졌다.

이에 더해 증시 활황과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 등에 힘입어 소비는 개선되는 추세다.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 5월부터 10개월 연속 100을 웃돌고 있다. 이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소비자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소비자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년 동기 대비 월별 카드 사용액 증가율(실질 기준)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올랐다.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범용 반도체 시장 초과 수요 지속 등에 힘입어 올해까지는 추세 이상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정경제부도 지난 13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 등 내수 개선,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 등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 역시 지난 11일 반도체 수출 호조세와 소비 회복세 등을 근거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9%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건설투자 회복에 통상환경 악화,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반도체를 제외한 비IT 부문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총재는 “반도체 경기와 내수회복 속도, 주요국 통화·재정정책 및 미 관세정책, 지정학적 위험 등과 관련한 상·하방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은이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8%로 0.1%포인트 낮춘 것도 이런 불확실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점 또한 기준금리 동결의 주요 배경이다. 연이은 대책에도 수도권 집값 불안 요인이 여전한 데다, 환율 불확실성도 큰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25일까지 주간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 평균은 1450.5원이었다. 지난 1월(1456.3원)보다는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다는 것이 외환당국의 판단이다. 당국에서는 현재 한국의 펀더멘털(기초 요건)을 고려하면 1400원 초반대까진 내려가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미국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미국-이란 간 갈등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 흐름도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낮출 경우 환율 변동성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불안하다. 최근 정부가 강력한 대책들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심리는 크게 꺾였지만 매매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셋째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평균 0.15% 올랐다. 상승폭은 0.07%포인트 줄었지만 오름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 동결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호황에 경기 부진 요인이 약해지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미국 관세 불확실성과 양극화가 심화하는 ‘K자형 성장’ 등 성장 경로 관련 불확실성도 큰 만큼 금리를 높일 명분도 낮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 것도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이 총재는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해 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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