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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민의 동거동락] 입 열기 전에 생각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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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공천헌금 1억원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강선우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투표를 마친 뒤 국회 본청을 떠나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지난 24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무소속 강선우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었다. 강선우 의원은 최후 신상발언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본인의 딸까지 언급하며 읍소를 했으나 체포동의안 가결을 막지 못했다. 재선 의원으로 승승장구하다가 지난해 여성가족부 장관 낙마부터 시작된 강선우 의원의 몰락이야말로 불의필망이라는 사자성어가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불의필망. 의롭지 못하면 반드시 망한다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가 가수 최시원 덕분에 갑자기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최시원 씨가 이 사자성어를 본인의 SNS에 게재한 시기는 강선우 의원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가 아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무기징역 선고 직후였다.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 선고에 대한 입장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들끓었는데, 최시원은 예전에도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극우 활동가 찰리 커크 (Charlie Kirk) 가 총격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했을 때도 추모글을 올려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최시원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바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최시원 씨에 대한 악플에 대해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대한민국 연예인들, 넓게 보아 문화예술인들의 정치적 의견 피력은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정치적 발언을 하기를 꺼렸지만, 21세기 들어 그 꺼림은 많이 희석되어 보인다. 선거 때마다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연예인들은 늘어가는 추세다. 최근 콘텐츠진흥원장 탈락한 배우 이원종은 손명수 국회의원과 함께 아예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에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연예인들의 정치 개입에는 분명한 명암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인지도가 있고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연예인들의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이나 정치색 피력은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연예인뿐만 아니라 범위를 넓혀 문화·체육·예술인들이 정계에 입문해 (적어도 본인 분야에서) 좋은 영향을 끼친 사례는 존재한다. 고(故) 이순재 배우는 1992년 서울 중랑구 갑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문화예술 발전 그리고 배우들의 권익 보호 및 방송 예술의 질 향상에 공헌하는 의정 활동을 벌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설적인 바둑기사 조훈현 9단은 국회 입성 후 대한민국 바둑계의 숙원인 ‘바둑 진흥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바둑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바둑의 중흥을 이끌었다.

논란이 된 사례도 있다. 배우 시절 열연으로 최고의 배우로 칭송받던 유인촌 전(前)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두 차례의 재임 시절 국공립 문화예술단체들을 수요도 관련도 없는 지방으로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시키는 등 행정으로 일부 비판을 면할 수 없었다. 2008년 국정감사 당시 취재진을 향해 “이 XX, 찍지 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이라는 말도 회자되기도 했다.

문화예술인은 전문직이다. 본인의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그 분야에 ‘올인’하는 것이 거의 불문율이다. 그럼에도 도태되는 전공자들이 태반이다. 그러므로 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대중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업적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함을 의미한다. 정치에 대한 이해와 정무 감각, 하다못해 기본적 시사나 상식에 대한 이해가 없이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지난해 8월 킨텍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임시전당대회에 가수 이은미가 축하공연을 한 적이 있다. 이은미는 예전부터 공개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연예인 중 한 명인데, 이날 전당대회에는 수만 명의 민주당 당원들이 참석했고, 각종 방송 매체로 생중계가 되어 누구나 시청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이은미는 필자의 귀를 의심하는 말을 했는데, 노래 한 곡을 열창한 후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가 끝나자 멘트를 하던 그는 “그럼 다음 총선때...?” 라며 말을 흐렸다. 당원들의 박수가 이어졌지만, 박수 소리의 크기는 이전보다 훨씬 적었으며 다소 어색한 웃음이 관객석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 즉 마이크나 확성기를 붙잡고 많은 인파 앞에서 본인이나 다른 특정 후보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현행 선거법상 위법이다. 천만다행으로 이은미는 말을 흐리며 “뽑아주십시오”라던지 “지지해주십시오”라고 말을 끝맺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지지를 호소하려던 상황이었다. 이렇게 기본적인 선거법에 이해도가 부족하면 설령 본인이 원하는 대로 당선이 되어 국회에 입성한들 과연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문화예술인들의 정책적·정무적 감각의 다소 미흡해 보인다. 특전사 출신 이관훈 배우는 12·3 계엄 당일 자신의 후배들인 제707 특수임무단의 현역 대원들을 대화로 설득하는 용기 있고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 그는 정계에 입문하며 이런저런 행사에 모습을 많이 비추기 시작했다. 필자의 친한 후배 한 명이 문화예술 관련 모 간담회에서 이관훈 씨의 발언을 듣고 매우 실망하며 돌아왔다. 후배가 전한 바로는 이관훈 씨는 그 간담회에서 결국 “우리에게 지원해달라”라고만 귀결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어떠한 지원을 해야 하는지, 그 지원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지원이 어떤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는 채로 말이다.

필자의 선배가 항상 당부하는 것이 있다. 정치란 연대, 조화를 위하고 공동체의 선을 추구하는 것이며, 정치인은 선(善)한 마음과 선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려면 정무적 감각을 항상 낮은 마음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유명세를 이용해서 막무가내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다. 확실한 아젠다(agenda)가 있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선(善)이 있어야 한다.

그대가 연예인이든, 예술인이든, 어떠한 전문직이든, 본인의 정치적 언행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면, 어떤 발언을 하든 3초 동안 생각하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이데일리

◇ 서형민 피아니스트=베토벤 국제콩쿠르 우승자 출신으로 글로벌 활동을 하는 국내 손꼽히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서형민 피아니스트는 각국을 오가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인식해 우리의 현재와 관련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글로 ‘동거동락’(同居同樂)이라는 미래를 함께 꿈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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