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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공격 혐의로 징역 30년… 스페인 쿠데타 주역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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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민병대 안토니오 테헤로 중령
1981년 병력 200명 이끌고 의회 점거
당시 국왕, 군대에 “헌법을 존중하라”
18시간 만에 실패로 끝나 재판 넘겨져
지금으로부터 꼭 45년 전인 1981년 2월23일 스페인 민병대 요원들이 총기로 무장한 채 의회를 장악하려다 결국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다. 스페인은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 장군 사망 후 정치·사회 등 각 분야에서 민주화가 진행 중이었는데, 이에 불만을 느낀 몇몇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프랑코 시대로 복귀하고자 군사 반란을 시도한 것이다. 쿠데타가 실패함으로써 스페인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세계일보

1981년 실패로 끝난 스페인 쿠데타의 주역인 안토니오 테헤로(1932∼2026). 사진은 85세이던 2017년의 모습이다. EPA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당시 쿠데타를 주도한 안토니오 테헤로 중령이 이날 스페인 동부 알치라 마을에서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유족 측은 “고인이 온 가족에 둘러싸여 성사(聖事)를 받은 뒤 평화롭게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발표했다.

1932년 스페인 남부 알하우린 엘 그란데에서 태어난 테헤로는 19세이던 1951년 민병대에 입대해 꼭 30년간 복무했다. 계급은 중령까지 올라갔다.

테헤로가 어린 시절인 1936년 민주 공화국이던 스페인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당시 아프리카의 스페인령 모로코에 주둔하고 있던 프랑코 장군이 반란의 주역이었다. 이후 3년에 걸친 정부군과 반란군 간의 내전 끝에 1939년 반란군이 이겨 스페인은 프랑코의 군사 독재 치하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프랑코는 ‘카우디요’(지도자)로 불리며 약 36년간 철권 통치를 휘둘렀다.

1975년 프랑코가 83세를 일기로 숨진 뒤 그의 유언에 따라 왕정 복고가 이뤄짐과 동시에 후안 카를로스 1세(88)가 국왕으로 즉위했다. 후안 카를로스 1세는 1931년 스페인에서 왕정이 폐지되며 쫓겨난 알폰소 13세의 손자였다. 해외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중 1969년 프랑코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돼 프랑코 곁에서 국정 운영에 관해 배워 왔다.

세계일보

1981년 2월23일 민병대 병력을 이끌고 스페인 의회에 난입한 안토니오 테헤로(당시 중령)가 오른손으로 권총을 든 채 의원들을 위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후안 카를로스 1세는 ‘프랑코와 같은 독재자가 될 것’이란 세간의 예측과 달리 민주화에 앞장섰다. 헌법을 제정하고 총리가 이끄는 의원내각제 정부를 도입함으로써 국왕 스스로 실권을 내려놓았다. 이는 프랑코 시대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 특히 군부를 자극했다.

1981년 2월23일 테헤로는 휘하의 민병대 병력 약 200명을 이끌고 의회를 습격했다. 당시 의회는 민주중도연맹 소속 레오폴도 칼보소텔로 의원을 총리로 막 선출하려던 참이었다. 본회의장에 난입한 테헤로는 권총을 흔들며 “모두 동작 그만!”이라고 외쳤다. 민병대와 의회 경비대 간에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긴박한 상황 속에 의원들은 책상 또는 의자 밑에 숨었다.

그때 후안 카를로스 1세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텔레비전(TV)에 출연한 국왕은 민병대의 의회 습격을 맹비난함과 동시에 스페인군을 향해 “쿠데타를 지지하지 말고 스페인의 신생 헌법을 존중하라”고 호소했다. 테헤로의 쿠데타 시도는 의회 의장과 내각 장관들을 인질로 잡은 지 18시간 만에 실패로 끝났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붙잡혀 재판에 넘겨진 테헤로는 법원에서 징역 30년형이 확정됐다. 다만 실제로는 그 절반인 15년가량 복역하고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고향과 마드리드를 오가며 여생을 보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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