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한 사진에서 과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이 모임에서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공개한 아동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관련 방대한 자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한 여성과 관련된 FBI(미 연방수사국) 기록 상당수가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언론들이 25일 보도했다.
CNN과 뉴욕타임스 보도 등을 종합하면, 문제의 여성은 2019년 엡스타인이 성매매 알선 혐의로 체포된 직후 FBI에 연락해 자신이 1980년대 미성년자 시절 엡스타인에게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FBI 인터뷰 기록에 따르면, 그는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 힐튼헤드 지역에서 베이비시터 일을 제안받고 한 주택을 방문했지만 아이는 없었고, 이후 ‘제프’라고 불린 남성에게 술과 마리화나, 코카인을 제공받은 뒤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나중에 그 인물이 제프리 엡스타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FBI 조사 과정에서 엡스타인이 자신을 뉴욕 등지로 데려가 부유하고 유명한 남성들과의 사적인 모임에 참석하게 했으며, 그 자리에서 추가적인 성폭행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법무부가 공개한 문서 중 일부와 2025년 작성된 FBI 내부 정리 자료에는 엡스타인이 이 여성을 도널드 트럼프에게 소개했고, 이후 트럼프가 폭력적 상황에서 유사 성행위를 강요하고 머리를 때렸다는 주장이 포함돼 있다. 문서들은 사건 시점을 1983년부터 1985년 사이로 적시하고 있으며, 당시 여성의 나이는 13세에서 15세 사이였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공개된 FBI 인터뷰 요약 문서에는 여성의 진술 과정에서 트럼프 이름이 직접 언급되는 장면도 등장한다. 여성은 친구가 보내준 사진을 보고 자신을 성폭행한 인물을 떠올렸다고 말했고, 해당 사진은 널리 알려진 트럼프와 엡스타인이 함께 찍힌 사진이었다고 FBI 요원들은 기록했다. 그는 요원들에게 사진 촬영은 허락하면서도 트럼프가 나오지 않도록 이미지를 잘라 달라고 요청했는데, 변호사는 여성이 유명 인물을 언급할 경우 보복이 두렵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수사 자료 목록에 따르면 FBI는 이 여성의 진술 신빙성을 평가하기 위해 2019년 7월 첫 인터뷰 이후 같은 해 8월과 10월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고 총 네 차례 인터뷰 요약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공개한 수백만 페이지의 엡스타인 파일에는 첫 인터뷰 요약 한 건만 포함돼 있으며, 이후 진행된 세 차례 인터뷰 요약과 인터뷰 노트는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공개 파일의 일련번호를 대조한 결과 해당 여성 사건과 관련된 수사 자료 50페이지 이상이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CNN 역시 엡스타인의 여자친구인 길레인 맥스웰 사건 증거 목록에 기재된 약 325건의 FBI 인터뷰 기록 가운데 90건 이상이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FBI 내부 이메일에는 “트럼프에게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한 확인된 피해자가 있었으나 이후 협조를 거부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어, 수사가 일정 단계까지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서들은 FBI가 해당 주장을 실제 수사 단서로 분류해 지역 사무소에 인터뷰를 의뢰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 여성은 이후 엡스타인 유산을 상대로 제기된 민사소송에도 참여했다. 소장에는 엡스타인이 피해자를 뉴욕으로 여러 차례 이동시켜 “유명하고 부유한 남성들과의 친밀한 모임”에 데려갔고, 그중 한 남성이 유사 성행위를 강요하고 얼굴을 때린 뒤 강간했다고 적혀 있다. 다만 해당 남성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여성은 2021년 소송을 자진 취하했고, 엡스타인 피해자 보상 프로그램에서는 보상 대상 자격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후 엡스타인 유산 측과 금전 합의가 이뤄졌다는 사실만 확인될 뿐, FBI 수사가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는 공개 문서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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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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