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종가가 게시돼 있다. 뉴스1 |
◆반도체의 지수 견인과 순환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6083.86에 장을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했다. 올해 첫 거래일 종가(4309.63) 대비 두 달여 만에 41.17% 급등한 수치로 전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독보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해에도 한 해 동안 75.6% 뛰어오르며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바 있다.
사상 첫 육천피 돌파는 막대한 이익 개선이 전망되는 국내 반도체 ‘투톱’이 주도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3개 이상 증권사가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코스피 상장사 189곳의 올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 평균은 527조62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357조1163억원) 대비 47.75% 급증한 수치다. 특히 지수 급등을 이끈 시가총액 1, 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전기·전자 업종 28개 종목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77조5189억원에서 343조2233억원으로 93.34% 늘어났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팽창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범용 D램 공급 부족이 맞물리며 반도체 기업이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인 결과다.
반도체 기업이 지수 상승의 중심에 있지만 다른 업종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대형 기술주에 집중됐던 매수세가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하며 순환매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주요 지수 등락률을 보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증시 호황 수혜를 입은 KRX 증권 지수로 90.76% 급등했다. 방산 수출 호조와 원전 수주 기대감 등의 영향을 받은 KRX 건설 지수 역시 65.98% 올라 그 뒤를 이었다.
정부 주도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도 지수를 강하게 밀어올렸다. 상법 개정안이 잇달아 통과되는 등 주주 보호 조치가 가시화하고 기업들이 주주환원 강화 조치를 내놓으면서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국내 증시로 대거 유입됐다.
코스피가 사상 첫 6000을 돌파한 2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코스피 추가 상승 여력”
지수 상승에 따라 주식시장 자금 유입도 늘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은 111조296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1억개를 넘어섰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순자산 총액은 25일 기준 약 374조361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6일 300조원을 돌파한 이후 한 달여 만에 35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미국 지수에서 국내 지수 추종 상품으로 이동하면서 ‘KODEX 코스닥150’과 ‘KODEX 200’의 순자산이 연초 이후 각각 5조원 이상 증가했다.
코스피가 한 달여 만에 1000포인트 넘게 오르며 과열됐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증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놓고 봤을 때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례로 코로나19 활황장에서는 기업 이익보다 주가가 더 빠르게 오르며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3배를 넘어섰으나, 이달 기준 PER은 10배 수준으로 3년 평균(10.16배)과 비슷해 기초체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준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들어 시작된 코스피 랠리는 2020년, 2017년이 혼합된 모습”이라며 “랠리 초반은 유동성·밸류에이션·완만한 실적 기대감에 의한 상승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10월 들어 밸류에이션은 디레이팅(저평가) 국면으로 전환됨과 동시에 실적 기대감이 가파르게 상승해 주가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며 “실적 개선 기대감은 2017년보다 매우 강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도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추세 종료가 아니라 확장 국면의 연장선에 위치해 있다”며 “결론적으로 추가적인 추세 상승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실적 호조와 체질 개선에 국내외 증권가는 올해 코스피 고점 전망치를 앞다퉈 올려잡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상단 범위를 7300∼7870선까지 높였고, 노무라금융투자는 구조적 개선을 전제로 최대 8000까지 제시했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의 경우 2년 이상 연속으로 순이익이 증가한 연도의 PER 고점 평균이 12.1배로 12개월 예상 순이익에 해당 PER을 적용할 경우 74.8%의 상승여력이 있다”며 “코스피 고점은 7870포인트”라고 내다봤다.
◆지배구조 투명성·주주가치 제고 기대
25일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상장 기업이 자기주식을 악용해 일반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던 관행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배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나 사익편취 규제 회피 수단으로 쓰이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던 자사주 활용의 우회로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일부 상장사들은 회사 자산으로 매입한 자사주를 제3의 우호 세력에게 처분하거나 타 기업과 맞교환해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해 왔다.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를 발행해 관련 규제를 우회하거나 자사주 비중을 높여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인위적으로 낮춤으로써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망을 회피하는 용도로도 활용했다.
하지만 자사주 의무 소각이 법제화함에 따라 향후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나 사익 편취에 동원하는 행위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제고되고 일반 주주의 권리 침해 우려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주주가치 제고 기대감은 실제 증시 흐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찌감치 3차 상법 개정 수혜주로 꼽혔던 증권 업종과 금융지주, 보험 종목들의 경우 최근 주가 변동성이 확대했다. 이날 보험주 중에서는 삼성생명(9.82%)은 급등한 반면, 최근 큰 폭으로 상승했던 한화생명(-2.63%)·미래에셋생명(-1.52%)은 하락했다. 증권주 역시 미래에셋증권(8.64%)과 키움증권(2.07%) 등은 올랐으나 신영증권(-1.89%)과 한화투자증권(-2.26%) 등은 하락 마감하며 혼조세를 나타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신규 매입 없는 보유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이 아닌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한 만큼 실적이나 자본정책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최근 이슈가 주가 상승을 얼마나 정당화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경제인협회은 이날 이상호 경제본부장 명의 입장문에서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존중한다”면서 “이번 개정이 주주가치 제고와 자본시장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M&A) 등의 과정에서 취득한 특정 목적 자사주 문제는 향후 추가 논의를 통해 보완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주주환원을 위해 기업 실적 확대가 긴요한 만큼 국회는 경영 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 개선에도 속도를 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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