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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사이 브라질, ‘메르코수르’ 셈법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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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브 MOU, 30%가 농업 분야
내수시장·희토류 갖춘 ‘스윙 국가’
韓, 다변화에 매력적 상대로 부상
관건은 소고기...한우와 경쟁 않을듯
서울경제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메르코수르(MERCOSUR) 무역협정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수년 전 브라질은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을 가로막았지만,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매력적인 파트너로 떠오른 한국을 빠르게 재평가한 눈치다. 관건인 브라질산 소고기는 한우가 아닌 국내 수입되는 미국·호주산 소고기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 MOU 3건’의 의미

이번 한·브라질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양해각서(MOU) 10건 중 3건은 농업 분야에 몰려 있다. 농약 인허가 분야 협력, 농촌진흥청과 브라질 농업연구청(EMBRAPA) 간 협력 등이 포함됐다. 브라질은 세계적인 식량 생산국이자 농업 기술 강국으로, EMBRAPA는 오히려 한국이 강력히 협력을 희망해온 기관이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협력이 이번에 성사된 것은 앞으로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상 재개를 염두에 둔 ‘밑그림’이라는 평가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으로 구성된 남미 최대 경제블록이다. 한국과 메르코수르 간 무역협정 협상은 지난 2021년 중단됐다. 남미 측은 제조업 분야 시장 개방을, 한국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꺼렸기 때문이다. 특히 메르코수르의 리더 격인 브라질의 반대가 컸다. 브라질은 당시 한국 소고기·곡물 시장 개방을 요구했지만, 국내 농축산업계 반발과 부처 간 이견으로 결국 동력을 잃었다.

그러나 5년여가 지난 현재, 국제 정세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중남미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중남미 30여 개국 가운데 20여 개국과 협력망을 구축했다. 글로벌 공급망이 미중 중심으로 양분화되는 상황에서 브라질 역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교역 파트너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브라질의 무기는 인구 2억1000만명 이상의 중남미 최대 내수시장과 풍부한 농산물, 그리고 천연자원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브라질의 희토류 매장량은 약 2100만 톤으로 중국(약 4400만 톤)에 이어 세계 2위다.

미국으로 중국 견제하는 ‘맷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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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의 전략경쟁 속에서도 상당한 수준으로 ‘버티기’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른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 비슷하게 미중 전략경쟁 사이에서 일종의 캐스팅 보트를 쥔 ‘스윙 국가(swing state)’로 꼽힌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 있어 중국은 최대 교역 상대국이지만 일대일로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전략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 압박에는 비교적 단호하게 맞서되, 실리를 취할 수 있는 사안에선 협력해왔다.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이이제이’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시에 지난 16년간 표류하던 유럽연합(EU)·메르코수르 협상 타결을 주도하는 등 다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브라질에 매력적인 카드다. 두 강대국과 달리 위협적이지 않은 반면 기술·제조업 역량을 갖춰서다. ‘고래 사이에서 새우등 터지던’ 한국의 약점이 브라질에는, 또 중남미에서는 강점으로 바뀌는 셈이다. 이미 다양한 한국 기업이 중남미 지역에 진출해 있다.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니카라과, 아이티,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등에서 섬유공장을 운영하는 글로벌세아는 섬유산업의 특성상 현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해왔다.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핵심광물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최대 난제는 여전히 농축산물 시장이다. 수입산 곡물, 소고기에 대한 국내 농축산업계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고기의 경우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브라질산 소고기가 한우와 직접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콜드체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브라질의 물류 여건상 냉장육이 아닌 냉동육 수출만 가능해서다. 한 중남미 전문가는 “결국 브라질산 소고기가 들어오더라도 미국산, 호주산 소고기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치권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결국은 최고 결정권자가 톱다운 방식으로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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