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주한미군 체제 변경? 대중견제 역할 확대 이미 시작됐다[이현호의 밀리터리!톡]

댓글0
주한미군, 대북방어 → 中억제 급속 전환
한미 동맹 73년 만에 중대한 전환점 맞아
당장 주한미군 축소·역할 변경 여지 작아
美 전략적 유연성, 韓엔 전략적 불확실성
서울경제


군 소식통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경기 평택 오산기지에서 지난 18일 밤부터 19일 새벽에 걸쳐 F-16 전투기 수십 대를 서해상으로 순차 출격시켰다. 한국과 중국 방공식별구역 중간 지점까지 진입한 뒤 초계 활동을 하고 복귀하는 훈련이다.

100여 차례 이상 출격해 전례 없는 대규모 훈련이란 평가가 나온다. 주한미군 전투기는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 가까이 접근했다. 이 때문인지 화들짝 놀란 중국도 자국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고 다행히 양측 간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를 강조한 새 국가방위전략(NDS)을 내놓은 지 얼마 안 돼 CADIZ 인근에서의 독자적인 훈련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상황만 놓고 보면 한반도 인근에서 미·중 전력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주한미군 측은 우리 군 당국에 전투기 출격 사실을 통보했지만 훈련 내용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동·남중국해에서 간혹 발생하던 미·중 군사 갈등 상황이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자 군 당국이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우리 군은 미국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진영승 합참의장이 각각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전화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주한미군은 한국 정부의 항의성 입장을 전달받고 20일부터 훈련을 중단했다.

무엇보다 미국이 제안한 한·미·일 연합 공중 훈련을 우리 정부가 거절한 가운데 미·일 양국만 지난 16일과 18일 동해와 동중국해에서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의 대표적 전략자산 B-52 전략폭격기 4대도 참여했다.

주목할 점은 제주도 남방에서 대만으로 이어지는 동중국해에서 훈련하다가 북상해서 한때 서해에도 진입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 같은 날 주한미군이 서해상에서 독자 훈련을 진행되는데 B-52 폭격기가 이 훈련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전투기 수십 대가 출격한 건 서해에 진입한 B-52를 호위하려는 성격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한반도 주변 제1도련선(The First Island Chain) 안에서 미 본토 전략 자산과 일본 항공자위대, 주한미군 전투기가 동시 기동한 건 이례적이다.

B-52는 B-1B, B-2와 더불어 미군이 운용하는 3대 전략폭격기 중 하나다. AGM-129 등 핵탄두 탑재 공대지 미사일을 비롯해 최대 30여 톤의 폭탄을 실을 수 있다. 최대 6400㎞ 이상을 날아가 적 목표물을 정밀 폭격하고 복귀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다.

서울경제


미 전략 자산인 B-52 전략폭격기가 두 훈련에 모두 참여하는 이례적 움직임에 대해 중국을 의식한 행보로 미국이 그간 공언해 온 인도·태평양 지역 주둔 미군의 ‘질적 태세 조정’에 본격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1월 23일(현지 시간) 발표한 국방전략서(NDS)에서 “주한미군의 태세 갱신(updating U.S. force posture)”을 공식화했는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한미군의 역할이 ‘대북 억지’에서 ‘대중국 견제’로 이동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을 한반도에만 묶어둘 수 없다”며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해 왔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서해 출격이 대중국 견제 강화 조치의 일환이라면 앞으로도 유사한 훈련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번 훈련에 대해 미국 측에 우려를 전달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동·남중국해처럼 서해에서 긴장이 고조될 경우 한국이 우발적 분쟁에 휘말리거나 미 전투기가 발진하는 국내 기지가 잠재적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 서해상에서 미·중 간 군사 충돌은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탓에 일각에선 주한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이 우리에게 전략적 불확실성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국방수권법(NDAA) 발효로 당장 주한미군이 축소되거나 역할의 대대적인 변경 가능성은 작지만 향후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한미군의 이례적 행보에 대해 우리 군 내에선 당혹감이 감지되고 있다. 주한미군이 훈련 통보도 임박 시점에 이뤄진 데다 훈련의 규모나 목적 등에 대해 상세히 밝히지 않아 우리 군은 이를 사실상 무통보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우리 군 지휘부가 주한미군 측에 우려를 전달한 건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됐든 분명한 건 한미동맹 체제에서 73년간 대북 방어가 핵심이었던 주한미군 체제가 대중견제 강화로 무게추를 옮기기 시작해 역할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경제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연합뉴스[율곡로] 머나먼 샤오캉 사회
  • 프레시안전남도, 난임부부 원거리 이동 시 교통비 지원…회당 최대 20만원까지
  • 더팩트정청래, 검찰·언론·사법개혁 특위 설치…위원장에 민형배·최민희·백혜련
  • 뉴시스안철수 "개미들은 증시 폭락으로 휴가비도 다 날려…李 대통령은 태연히 휴가"
  • 매일경제이재명 지지율 ‘63.3%’ 3주만에 반등…“한미 관세협상 타결 효과”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