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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박싱 연구실]'뇌가 입보다 빨랐다'… 우리가 몰랐던 '소금 중독'의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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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국민대 이영석 교수팀, 혀가 아닌 뇌가 직접 염분을 감지하는 '신경 스위치' 세계 최초 규명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파이낸셜뉴스

혀가 느끼는 맛보다 먼저 혈액 속 염분을 감지하는 뇌 속 '신경 스위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모습이다. 상자 앞에는 뇌가 갈구하는 굵은 소금이 수북이 쌓여 있고, 그 뒤로 정밀한 연구가 진행된 실험실의 풍경이다. (그래픽=제미나이 생성)


[파이낸셜뉴스] 우리 몸에 소금이 부족해지면 혀가 느끼는 맛과 상관없이, '뇌'가 직접 혈액을 검사해 부족한 소금을 찾게 만드는 특수 신경 회로가 가동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 속의 호르몬들이 센서처럼 작동해 소금 섭취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이 원리는 고혈압과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을 해결할 새로운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알맹이, 우리 삶에 어떻게 쓰일까?

우리는 흔히 '입맛이 당긴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그 입맛을 뒤에서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따로 있었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왜 몸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짠 음식을 찾게 되는지 그 근본 원인을 보여준다.

만약 우리가 이 뇌 속 스위치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소금 중독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의지력으로 식욕을 참아내는 대신, 뇌의 신호를 조절해 자연스럽게 건강한 식단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새로운 치료법도 이제는 꿈이 아니다.

■뇌 속에 설치된 '정밀 감지기'

국민대학교 이영석 교수팀은 이 비밀을 풀기 위해 우리와 유전적으로 닮은 '초파리'의 뇌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초파리를 48시간 동안 소금이 전혀 없는 상태로 지내게 한 뒤, 이들의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지켜봤다.

이때 사용한 '칼슘 이미징'은 신경세포가 활동할 때마다 빛이 나게 만들어 뇌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자, 소금이 부족한 초파리의 뇌 속 특정 회로가 마치 비상등이 켜지듯 '번쩍'거리며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흥미로운 건 그 반응의 강도였다. 보통 초파리는 100mM(밀리몰) 정도의 소금기만 느껴져도 짜다며 도망가기 바쁘지만, 뇌 속 스위치가 켜진 초파리는 이 짠맛을 오히려 즐기며 달려들었다. 심지어 바닷물 수준인 300mM의 고농도 소금 앞에서도 뇌 속 'PKA'라는 메신저 통로가 활발히 움직이며 '지금은 이 소금이 필요해!'라고 행동을 조종하고 있었다.

■상자 속에서 찾아낸 진짜 보물

이번 연구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상자를 열어 확인한 보물 같은 사실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반전은 '뇌가 직접 혈액 농도를 체크한다'는 점이다. 보통은 혀에서 짠맛을 느껴야 뇌가 반응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뇌는 피 속에 소금이 모자라면 입이 맛을 보기도 전에 이미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두 번째 반전은 '호르몬의 완벽한 팀워크'다. 소금이 부족해지면 뇌 속의 '루코키닌' 호르몬이 '인슐린' 분비 세포를 자극한다. 그러면 인슐린 신호가 전령처럼 뇌 전체에 퍼지며, 평소엔 거부하던 짠맛도 지금은 아주 맛있게 느껴지도록 뇌의 설정을 바꿔버린다. 하지만 소금을 충분히 먹으면 이 회로는 귀신같이 작동을 멈춘다. 우리 몸 스스로가 건강을 위해 0.1초도 쉬지 않고 정밀한 '황금 밸런스'를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의 언박싱 어떠셨나요? 무심코 집어 든 짠 과자 한 입 뒤에는, 여러분의 생존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뇌 속 '정밀 센서'가 있었습니다. 다음에도 여러분의 무릎을 탁 치게 할 흥미로운 연구 결과와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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