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코딩이 대중화되면서 ‘개발자들의 잔치’로 여겨졌던 해커톤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의사·변호사 등 비개발 직군이 참여해 실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구현하는가 하면 일부 대회에서는 비개발자가 상위권에 오르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개발의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지면서 창의적 아이디어와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면 누구나 AI 서비스를 설계하고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17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이 개최한 ‘빌트 위드 오퍼스 4.6: 클로드 코드 해커톤’의 1위는 미국 개인 상해 전문 변호사인 마이 브라운이 차지했다. 그가 개발한 ‘크로스빔(CrossBeam)’은 캘리포니아 건축 허가 과정에서 지방 정부가 요구하는 법 조항과 보완 사항을 자동 분석해 수정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복잡한 행정 문서 검토 과정을 AI가 수행한다. 3위는 현직 심장내과 전문의 미할 네도시트코가 차지했다. 그는 환자들이 진료 후 자신의 상태와 처방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맞춤형 설명과 사후 관리 가이드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작했다. 전자음악가 아셉 바그야는 AI 반주를 실시간 제어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창의상을 받았다. 지난 19일 앤트로픽이 공개한 5명의 수상자 중 전문 개발자는 1명 뿐이다.
해커톤은 제한된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실제 작동하는 시제품으로 구현하는 경진 대회다. IT 기업들은 해커톤을 통해 인재를 확보하고 자사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한다. 과거 개발자 중심 행사였던 해커톤에는 최근 생성형AI 확산으로 비전문 개발자의 참여가 늘었다. 회계사·디자이너·기획자 등 다양한 직군이 AI 도구를 활용해 자신의 전문 지식을 서비스로 구현하는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신규 코드의 25% 이상이 AI에 의해 생성되고 있다”고 밝히는 등 AI 기반 코딩은 보편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번 앤트로픽 사례는 비개발자가 개발자를 넘어서는 개발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단순 코딩 역량보다 문제 정의와 설계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대신 AI를 활용해 제품을 완성하는 ‘빌더(Builder)’ 역할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빌더’는 해결해야 할 문제의 구조를 설계하고, AI 도구를 활용해 결과물을 구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빌더’가 개발자와 기획자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역할을 설명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앤트로픽의 보리스 체르니 클로드 코드 총괄은 최근 팟캐스트에서 “코딩은 상당 부분 해결된 문제”라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보다 ‘빌더’나 ‘프로덕트 매니저’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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