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법왜곡죄’를 포함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상정된 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시작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2026.2.25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더불어민주당이 25일 본회의 상정 직전 마련한 법왜곡죄(형법 개정안) 수정안에는 적용 범위를 형사사건으로 한정하고, 합리적 수준의 재량적 판단은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원안을 두고 의원총회에서 추인까지 받았지만 사법부와 시민단체를 비롯해 범여권에서도 위헌 논란과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확산되자 지도부가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수정안 역시 위헌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벌 규정이 모호한데다 판·검사들의 판단을 처벌 대상으로 두면서 사법부와 수사기관의 독립성 침해 논란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 위헌 논란 확산에 상정 직전 법안 수정
민주당은 본회의 개회를 약 한 시간 앞둔 이날 오후 3시경 의원총회를 열고 법왜곡죄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개정안의 적용 범위를 ‘형사사건’에 한하여 적용하는 것으로 축소하고, 각 호의 명확성을 추가해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상법 개정안 표결에 이어 법왜곡죄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민주당은 26일 오후 표결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한 뒤 법안을 최종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당초 원안은 민사·행정 등 모든 재판과 수사 과정에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든 경우를 폭넓게 처벌 대상으로 삼았다. 반면 수정안은 이를 형사사건으로 한정하고, ‘재판 및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적용 범위를 구체화했다.
또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단서 문구를 추가했다. 판사와 검사의 판단 재량을 넓혀 독립성 침해 소지를 줄인다는 취지다. 처벌 대상에서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을 인정한 경우’도 제외했다. 재판부가 새로운 판례를 만들기 어렵게 하는 조항이란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동료 의원들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사법부의 반대에도 원안대로 법왜곡죄를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던 민주당 지도부가 입장을 바꿔 수정에 나선 것은 법왜곡죄에 대한 비판이 범여권으로 확산되면서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진보성향 단체에 이어 조국혁신당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와의 당청 조율을 거쳐 수정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 고수를 주장하던 강경파 의원들은 반발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법왜곡죄를 형사재판에 한정해서 적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불특정다수에 피해를 야기하는 공익소송, 집단소송, 주주이해관계 소송 등에서 민상사 행정소송 등을 제외할 합리적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법사위 소속 김용민 의원도 “법사위와 전혀 상의가 없었다”며 “지도부와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 법원장회의 “고소·고발 남발 우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회의 안건은 재판소원 도입, 법 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법안 등이다. 2026.02.25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법원 내부에선 법왜곡죄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처벌 대상을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로 규정한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았다’는 건 누가 판단할 수 있나.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법원 부장판사도 “법관의 판단에 대해 프레임을 씌우는 법으로, 그 자체로 재판권 침해”라며 “구체적으로 그럴듯하게 풀어썼지만 원안보다 더 위헌적인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후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는 약 5시간 만에 종료됐다. 회의 직후 대법원은 “수정안을 고려하더라도 범죄 요건이 추상적이라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며 “고소·고발 남발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선 “재판 확정의 지연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고 대법관 증원에 대해선 “단기간 내 다수의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은 사실심 부실화 등 부작용으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법안의 범죄구성요건 자체가 애매한 표현으로 가득하다”며 “민주당은 ‘법 왜곡죄’라는 이름 아래 추진하는 사법 통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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