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낮엔 민중의 지팡이, 밤엔 약탈자...무너진 공권력의 민낯

댓글0
현직 경찰 21명 무더기 수사선상
경무관 등 고위 간부까지 ‘검은 커넥션’
백화점 직원과 짜고 3억 원대 물품 ‘슬쩍’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이탈리아의 관문이자 로마의 심장부인 테르미니역을 지켜야 할 공권력이 도리어 ‘역사(驛舍) 내 약탈자’로 돌변했다. 현직 경찰관 수십 명이 역내 백화점에서 조직적으로 물건을 훔쳐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탈리아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이데일리

로마 테르미니역(이미지=챗GPT)


25일(현지 시각) 일간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마 검찰은 테르미니역 내 유명 백화점에서 고가의 의류와 향수 등을 훔친 혐의로 전·현직 경찰관 21명을 포함해 총 44명을 수사 중이다. 범행의 대담함과 치밀함은 물론, 법 집행의 상징인 경찰이 범죄의 주동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공권력의 수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흡사 첩보 영화를 방불케 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절도에 가담한 철도 경찰과 군경찰(카라비니에리)들은 백화점 내부 직원들과 은밀한 커넥션을 형성했다. 공모한 직원이 상품의 도난 방지 태그를 미리 제거하면 경찰들이 준비한 가방에 물건을 담아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방식이었다.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 현재까지 확인된 도난 물품 가액만 18만 4000유로(약 3억 1000만 원)에 달한다. 명품 향수부터 고급 화장품, 의류에 이르기까지 품목을 가리지 않고 ‘사냥’이 이뤄졌다. 특히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 중에는 경무관 2명과 경감 1명 등 고위 간부 9명이 포함되어 있어 조직 하부부터 상부까지 기강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보여줬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재고 조사 과정에서 장부와 실제 물량이 터무니없이 맞지 않는 것을 수상히 여긴 백화점 측의 신고로 꼬리가 잡혔다. 검찰은 수개월간의 폐쇄회로(CC)TV 정밀 분석과 계좌 추적을 통해 이들의 범죄 행각을 특정했다. 검찰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직무를 이용해 사익을 챙긴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배신행위”라고 성토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공장소 파견 경찰들의 근무 기강을 전면 재점검하고, 연루된 경찰관들을 엄중 문책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추된 공권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지금 봐야할 뉴스

  • 머니투데이사업 망하자 폭언·외도…"널 위해 이혼, 몸만 나가라" 요구한 남편
  • 동아일보“판매량 95% 늘었다”… 볼보차 이끄는 S90-XC90
  • 한국금융신문강원농협, 경제판매사업 활성화 농심천심운동 총력
  • YTN올림픽과 메달의 어원...메달은 동전이었다고?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