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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도 불길도 거뜬… ‘소방 로봇’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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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88억 규모 4대 기증
지하 130m 원격제어·15시간 방수
고열에서도 내부 온도 50도 유지
정의선 “소방관 안전 지킴이 기대”
소방청 “장기적 100대 도입할 것”
세계일보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119특수구조대. 산악·수난·화학 사고 등 특수 재난 현장에서 ‘골든 타임’을 사수하는 일종의 소방 특수부대다.

24일 수도권119특수구조대 내 훈련장에선 화재 상황을 가정한 특별한 시연회가 열렸다. 지난해 말 구조대 특수대원으로 합류한 ‘무인 소방 로봇’이 주인공. 흡사 탱크 같은 이 로봇은 소방 펌프차와 연결돼 발화 지점에 세찬 물줄기를 뿜어 댔다. 이내 방수포 방향을 틀더니 바로 옆 6층 건물인 종합 훈련 타워 상단을 조준했다. 로봇은 최대 50m, 15시간 이상 방수가 가능하다. 소방 호스는 120m까지 견인할 수 있다.

소방청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성공적인 협업으로 국민 안전뿐 아니라 소방관 안전까지 지킬 수 있는 무인 소방 로봇 시대가 본격화됐다. 소방관들 사이에선 로봇이 화재 현장에 한발 앞서 투입돼 활약하는 ‘동료’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25일 소방청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날 소방청에 한 대에 약 22억원, 88억원 상당의 무인 소방 로봇 4대를 기증했다. 양측은 2024년 11월 협약을 맺고 로봇을 함께 개발했다. 소방청 소속 국립소방연구원도 참여했다. 현대차그룹이 비용 전액을 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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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소방 로봇은 현대로템의 전투 등 다목적 무인 차량인 ‘HR-셰르파’에 화재 진압을 위한 기능과 장비를 탑재했다. 길이 3.3m, 너비 2.0m, 높이 1.9m에 중량은 2.25t. 소방관이 안전한 거리에서 방수포를 직사 또는 방사형으로 작동할 수 있는 원격 운용 기술을 갖췄다. 지하 1층 기준 직선거리 약 130m까지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소방관의 눈’이 돼 줄 시야 개선 카메라와 자체 냉각 기능이 있다. 적외선 센서 기반의 카메라는 육안으로는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농연(아주 짙은 연기) 수치가 85%인 극한 환경에서도 17m 거리의 대상체까지 식별한다. 또 자체 분무 장치로 전방과 좌우 측면, 상부에 물을 뿜어 수막을 형성해 스스로를 보호한다. 500~800도 고열 속에서 차체 내부 설비 온도를 50~60도로 유지한다.

로봇 개발엔 일선 소방관들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릴에 자동으로 풀리고 감기는 기능의 야광 고압 호스를 차체 뒷면에 장착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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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동료 탄생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뒷줄 왼쪽)이 24일 경기 남양주시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열린 무인 소방로봇 기증식을 마친 뒤 소방대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남양주=뉴스1


임팔순 수도권119특수구조대 부팀장(소방경)은 “차량이 많은 지하 주차장에 무인 소방 로봇이 호스를 끌고 가기 어려워 고민이었는데, 로봇에 야광 호스를 한번 달아 보니 현장을 탈출할 때도 진입할 때도 상당히 좋아 뿌듯했다”며 “소방관 의견을 많이 들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무인 소방 로봇 개발자인 오정우 현대로템 책임연구원은 “극한의 화재 현장에서도 반드시 작동하는 로봇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무인 소방 로봇이 위험한 곳에 소방관 대신 들어가는 방패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소방관들은 “무인 소방 로봇이 든든한 동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동주 경기 화성소방서 반장(소방장)은 “무인 소방 로봇은 화재 현장에 먼저 들어가 요구조자 유무, 발화 지점, 주변 상황을 파악해 소방관이 안전히 진입하기 위한 보험과도 같은 존재”라고 기대했다.

무인 소방 로봇이 화재 현장 정보를 수집·저장해 복귀하면 데이터 추출이 가능하다. ‘2025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2024년 10년간 소방관 14명이 화마에 순직하고 1788명은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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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시의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현대차그룹과 소방청이 공동 개발한 ‘무인 소방 로봇’이 종합 훈련 타워를 상대로 화재 진압을 시연하고 있다. 남양주=뉴스1


로봇 4대 중 2대는 지난해 12월29일 수도권119특수구조대와 영남119특수구조대에 한 대씩 배치됐다. 두 로봇은 지난달 30일 충북 음성군 공장 화재 현장에 처음 출동해 내부 온도, 구조자 유무를 확인하는 등 진압에 일조했다. 나머지 2대는 다음 달 초 화성소방서와 충남소방본부에 배치된다.

소방청은 다양한 테스트와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세부적인 무인 소방 로봇 운영 매뉴얼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현대차그룹에서 로봇 100대를 구매할 계획을 세웠다.

소방청 관계자는 “대형 공장과 물류 창고,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 화재, 붕괴 위험으로 대원들의 접근이 어렵거나 유해 화학물이 누출되는 등 고위험 현장에 로봇을 투입할 방침”이라며 “향후 로봇 기능 개선과 충분한 성능 검증을 거쳐 예산 여건 등을 고려해 전국 보급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추가 도입 규모와 시기는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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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과 소방청이 공동 개발한 ‘무인 소방 로봇’ 모습. 소방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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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왼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 경기 남양주시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무인 소방 로봇’ 시연회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기증식에서 “인간과 로봇이 각자의 한계를 넘어 완벽히 융합하는 지능형 파트너십, 인간과 로봇의 하이브리드 시대가 열렸다”며 “세계 최고의 피지컬 AI(인공지능) 역량을 갖춘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게 소방청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실증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사투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 준다”며 “로봇 사용 중 느끼는 불편함이나 개선 사항을 말해 주시면 다 반영해 기능을 개선하고 개발해 소방관 안전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남양주=박진영 기자, 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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