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조직원이 일본인 여성을 사칭하면서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과 게시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
일본인 여성을 사칭해 로맨스 스캠(사기) 행각을 벌인 범죄조직이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신뢰를 쌓은 뒤 가짜 쇼핑몰 등에 투자를 유도해 이를 가로채는 이른바 ‘돼지 도살’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캄보디아 프놈펜 등에 거점을 두고 로맨스 스캠, 금융감독원 사칭 사기 등을 저질러 온 2개의 사기 조직 조직원 총 49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파악한 두 조직 피해자는 68명이며 피해액도 약 105억 원에 달한다.
이중 로맨스 스캠을 주로 저질러온 A 조직은 일본인 여성 사진을 도용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개설한 뒤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접근했다.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3개월 간 피해자들과 대화하며 온라인 연인으로 관계를 전진시킨 뒤 신뢰를 이용해 “쇼핑몰 구매대행 부업을 하고 있는데, 소액을 투자하면 커미션을 받을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가짜 사이트로 유인했다.
이후 이들은 최대한 많은 투자를 유도한 뒤 입금 이후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수익금 출금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돈을 갈취했다. 일부 조직원 검거로 가짜 사이트 수법이 들통난 이후엔 기존 수법과 비슷하게 접근 후 “(미래를 위해) 코인으로 연애 적금을 들자”며 입금을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런 수법을 두고 수사 당국은 “마치 돼지를 살찌워 잡듯이 신뢰를 키워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이른바 ‘돼지 도살’ 수법으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검거된 조직원들의 사진.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
또다른 B 조직은 금감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금전을 갈취했다. 이들은 중국인 총책이 확보해온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카드가 오배송됐다”며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다. 카드신청을 한 적이 없다고 답하는 피해자들에게 “명의가 도용됐다”며 악성 어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유도했다. 피해자들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 금감원으로 전화를 걸면 악성 앱을 통해 자동적으로 조직의 전화로 연결됐고, 전화를 받은 조직원은 금감원을 사칭하며 현금 전달을 종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직원들은 서로 가명을 사용하고 근무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등 엄격한 규율을 통해 조직을 운영했다. 한국인 조직원 대부분이 금전이 필요한 20~30대며 미성년자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지역 선후배 사이로 조직원들은 범죄 조직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캄보디아로 향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한국인 피의자 14명을 체포한 이후 11월부터 추가 수사를 벌여 조직원 13명을 검거해 국내 송환했다. 또 1월에는 캄보디아 내 중국인, 한국인 총책 등 16명을 검거했으며 중국 국적의 총책과 부총책에 대해선 범죄인 인도요청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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