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을 잘 안 먹어서 판매하니 필요한 분이 가져가시라’며 온라인 판매가보다 1만원 정도 낮게 올린 글에 ‘찜’ 행렬이 이어지더니 곧바로 누군가 구매했다는 알람이 떴다.
상품에 관한 문의 없이 ‘쿨거래’가 이뤄졌는데, 다른 사람도 비슷한가 싶었던 A씨는 수많은 선물 판매 게시글을 발견하곤 피식 웃고 말았다.
A씨는 선물세트 판매액과 평소 모아둔 돈을 합해 사려고 계획했던 운동화를 구매하는 데 쓸 계획이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 할인점에 진열된 스팸. 뉴시스 |
이처럼 명절 선물을 곧장 현금화한 후 자기 취향 아이템에 재투자하는 소비 트렌드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번개장터가 올해 설 연휴 전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명절 직후 미개봉 상태 선물을 처분하고 실질적인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소비 심리가 수치로 증명됐다.
번개장터가 25일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 대비 설 연휴가 포함된 2월(1~20일) 특정 키워드의 검색량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생필품 선물세트의 대명사인 ‘샴푸’ 키워드는 전월 대비 무려 5497% 급증하며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명절(632%)’, ‘설날(352%)’, ‘선물세트(273%)’, ‘스팸(116%)’ 등 관련 키워드 검색량도 일제히 상승하며 중고 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반영했다.
명절 직후 사용하지 않는 선물을 처분하려는 판매자와 신품보다 저렴하게 생필품을 확보하려는 구매자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번개장터 내 식품 카테고리 전체 거래액은 1월 대비 약 23%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간식’ 카테고리가 65% 이상 급증했으며, ‘면·통조림’ 카테고리도 66%에 달하는 높은 거래액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번개장터에서 찾아본 매물 글 중에는 설을 앞두고 받은 다양한 선물세트를 그대로 파는 내용이 눈에 띈다.
대부분 온라인몰 판매가보다 적게는 5000원 정도에서 많게는 1만원까지 저렴하게 내놓아 수많은 잠재 구매자들의 ‘찜’을 받았다.
선물을 무작정 보관하기보다 불필요한 물건을 잠자는 자산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선물을 준 사람의 성의를 고려해 방치하던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 미개봉 상태일 때 빠르게 팔아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셈이다.
번개장터 제공 |
아울러 이러한 트렌드는 20·30세대가 주도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번개장터는 직접 키워드 검색량을 분석해 20대가 가장 활발했고 30대와 40·50대가 그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명절 선물 판매 수익을 평소 원하던 아이템 구매로 돌리는 ‘취향의 재투자’ 성향을 보인다면서다.
이러한 선물 리셀 문화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닌 세계적인 흐름과도 일치한다.
지난해 ‘2025 칸타르-이베이’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48%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재판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할 만큼 재판매는 보편적인 경제적 반응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프랑스 라쿠텐의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71%가 자신이 준 선물이 되팔리더라도 ‘아무렇지 않거나 긍정적’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의례라는 형식보다 ‘실질적 효용’을 중시하는 태도가 세대를 넘어 세계적인 대세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설 연휴 직후 발생하는 미개봉 선물 거래의 급증은 실용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영리한 소비 방식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 거래를 넘어 개인의 자산 효율을 높이는 합리적인 리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