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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환, 오타니… 초대형 계약 누가 이득일까: 세인트루이스 연은 보고서의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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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칼럼니스트]
더스쿠프

한화 이글스 노시환 선수의 장기 계약엔 흥미로운 경제학적 요소가 많다.[사진 | 뉴시스]


# 미국 최고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에게만 주어지는 무대인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초대받았던 트레버 노아는 야구와 경제를 묶어서 이렇게 표현하곤 한다. "미국인들은 야구 얘기를 할 때면 온갖 통계를 다 쓰면서 정작 경제를 설명할 때는 심리 얘기만 한다."


# 프로야구만큼 수없이 많은 통계를 사용해 선수와 계약을 맺는 스포츠도 드물다. 어떻게 보면 경제와 가장 밀접한 운동일지 모른다. 최근 한화 이글스와 11년 307억원이라는 KBO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을 맺은 노시환 선수의 장기계약을 통해서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돈의 가치를 알아봤다. 일본을 넘어 MLB를 대표하는 선수로 거듭난 오타니와 그의 연봉을 분석한 '세인트루이스 연은 보고서'도 함께 살펴봤다.


경제학적인 면에서 한화 이글스와 노시환 선수의 대형 계약은 윈윈에 가깝다. 구단은 고액 연봉 선수들을 유지하면서도 샐러리캡(salary cap)을 우회했고, 선수는 거액의 장기 계약이라는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미국 진출의 기회도 놓지 않았다. 노시환 선수가 자유계약선수(FA)가 되기 전 체결한 이번 계약은 왜 가능했고, 무엇이 돈의 액수를 좌우했을까.


■ 샐러리캡과 대형 계약의 예고편들=각국 프로 리그에는 경기를 더 재미있게 보여주려는 경제학에 기반한 규칙들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게 구단이 매년 지출할 수 있는 선수들의 연봉 총액에 상한선을 두는 '샐러리캡'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구단은 연봉 상위 40명의 총연봉을 어느 수준 이상 지불할 수 없다. 지난해 KBO 리그의 구단별 샐러리캡은 137억1165만원이었다. 올해부터 매년 5%씩 늘어나 2028년엔 158억원이 된다.


한화 이글스가 노시환 선수와 대형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비밀이 아니었던 이유도 샐러리캡에 있었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FA 강백호 선수를 4년 최대 100억원에 영입했다. 구단 레전드 류현진의 8년 170억원 계약이 여전히 6년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리그 대표 선수인 손아섭에게 1년 1억원 계약을 제시하고, 필승조 투수였던 김범수를 KIA 타이거즈에 넘겨준 건 샐러리캡에 여유가 많지 않은 한화 구단이 또 다른 대형 계약을 준비한다는 신호와 마찬가지였다.


한화는 류현진, 노시환, 강백호가 연도별로 해마다 가져갈 연봉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이 세명이 자신의 연봉을 연도별로 다르게 가져간다면, 샐러리캡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정도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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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공식, 사진 | 뉴시스]


■ 8시즌 등록 노시환의 팀그로운 자격=전 세계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만 모아놓은 유럽 프로축구 리그에는 자국 출신 선수 풀을 넓히려는 강력한 조항이 존재한다. 홈그로운(homegrown)과 팀그로운(teamgrown) 자격이다.


15~21세 미만 유소년 선수 중에서 3년 이상 특정 나라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 홈그로운 자격이, 같은 클럽에서 3년 이상 선수 생활을 한 15~21세 미만 선수에게는 팀그로운 자격이 주어진다. 유럽 프로축구의 월드컵 격인 UEFA 챔피언스리그에 팀이 등록하려면 최대 25명인 선수단 중에서 팀그로운 자격자가 4명, 홈그로운 자격자가 8명이 돼야 한다.


미국 프로 야구인 MLB에는 팀그로운과 홈그로운 관련 규정이 없지만, 우리나라 KBO에는 팀그로운 관련 강력한 하나의 조항이 있다. 7시즌 이상 한 구단 소속으로 등록된 선수 1명에게는 '예외 선수' 자격이 주어진다. 예외 선수 1명의 연봉·계약금·옵션 등 전체 몸값은 샐러리캡에 50%만 계산된다.


노시환 선수는 2019년 이후 줄곧 한화에서 뛰었다. 이미 지난해에 7시즌 연속 등록된 선수로 '예외 선수' 자격을 갖췄다. 노시환의 11년 307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 몸값의 절반만 샐러리캡에 반영된다는 얘기다. 한화는 노시환 선수와의 계약을 통해서 앞으로 11년 동안 류현진 정도의 대형 계약을 한번 더 맺을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 FA 대신 포스팅으로 미국 진출=한화 구단이 밝힌 미국 진출 관련 추가 조항은 구단에 훨씬 이득이다. 만약 이번 11년 장기 계약이 없었다면, 노시환 선수는 올 시즌 이후 FA로 미국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한화가 이적료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장기 계약을 맺으면서도 올 시즌 이후부터는 포스팅 제도를 통해서 선수의 미국 MLB 리그 이적을 허용하면, 구단은 포스팅 비용, 이를테면 '이적료'를 받을 수 있다. LA 다저스는 2012년 류현진을 데려가면서 포스팅 비용으로만 2573만 달러를 썼다.


노시환 선수가 만약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서 미국에 진출한다면, 미국 구단과의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50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한화는 2500만 달러와 총 보장 금액의 17.5%를 받는다. 노시환이 MLB에서 KBO 리그로 복귀할 때도 원 소속 구단인 한화에서만 뛸 수 있고, 4년을 더 뛰어야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 돈의 가격은 금리=손혁 한화 단장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연습 경기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에서 취재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물론 307억원이 많은 돈이다. 그렇지만 만약 (노)시환이가 올해 40홈런을 친다면 사실 4년 계약을 기준으로 훨씬 많은 돈을 쓰게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잡는다는 보장도 사실 없다."


그런데 능력과 건강이 계속 유지된다는 최고의 시나리오에서 모든 프로 선수의 장기계약을 좌지우지하는 건 사실 돈의 미래 가치다. 현재 시점의 금리에 따라서 단기계약이 유리할 수도 있고, 장기계약이 유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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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의 기량이 그대로라고 가정하면, FA를 4+4+3년 세 번 하는 게 선수에게는 훨씬 이득이다. 미래에 받는 연봉의 현재 가치는 금리와 기간에 따라서 계속 줄기 때문이다. 여러 조건에 따라서 달라지는 물가상승률도 영향을 주겠지만, 기본적으로 돈의 가격은 금리와 시간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2024년 이례적으로 야구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2023년 LA 다저스와 10년간 7억 달러 계약을 맺었는데, 세부 사항이 경제학적으로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계약 기간 중 매년 200만 달러만 받고, 나머지는 계약이 끝난 2034년부터 매년 6800만 달러씩 무이자로 받기로 했다. 과연 구단과 선수 누구에게 더 유리한 조건인 걸까. 미국 중앙은행은 금리와 미래 연봉의 할인율을 통해서 이를 분석했다.


■ 오타니가 보여준 미래 연봉의 현재 가치=세인트루이스 연은은 10년, 20년 후 받는 미래 연봉의 현재 가치를 미국과 오타니 쇼헤이의 고향인 일본의 금리를 통해서 먼저 계산했다. 당시 금리가 0.062%에 불과했던 일본에서라면 오타니 쇼헤이의 미래 연봉을 현재의 가치로 변환해도 거의 변화가 없었다. 오타니에게는 좋은 계약이라는 얘기다.


10년 후부터 큰돈을 줘야 하는 다저스 구단도 마찬가지로 이득이 된다. 당시 미국 시중은행의 평균 1년 예금금리인 4.43%를 적용하면 다저스가 10년 후에 줘야 하는 6800만 달러의 현재 가치는 약 4600만 달러로 쪼그라든다. 무엇보다 구단은 이를 통해서 연봉 상한선을 넘기면 사치세를 내야 하는 MLB의 규정을 우회할 수 있었다.


노시환 선수가 미국에 진출하면 새로운 계약을 맺겠지만, 이번 계약의 연평균 몸값인 27억9000만원을 한국과 미국에서 동일하게 적용받는다고 하면, 어느 나라에서 연봉을 받는 게 유리할까.


현재로서는 미국이다. 계약 마지막 해인 2037년 연봉의 현재 가치는 한국이라면 25억2984만원이고, 미국이라면 27억8088만원이다.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의 1년 예금금리가 대체로 2.80~3.00%이고, 미국의 1년 예금의 평균 금리는 현재 3.60%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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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기본적으로 선수의 연봉은 기량과 건강에 따라서 달라진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 조건이 동일하다면 국내 프로 선수가 장기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장 유심히 봐야 하는 부분은 국가별 금리와 물가, 그리고 환율이다.


지금 일본의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는 0.20~0.30%로 높아졌고, 미국의 예금금리 평균치는 3%대 후반으로 낮아졌다. 지금 오타니의 연봉을 계산해 보면, 미국과 일본에서의 미래 연봉 가치 격차가 많이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엔화의 가치가 미국 달러에 비해 크게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1월에도 2.3%로 높아졌다. 금리를 돈의 가격이라고 부르는 건 환율과 물가상승률이 바뀌고 프로 선수들의 미래 연봉의 현재 가치도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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