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2월25일 05시1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벤처·창업 지원의 ‘지역 배정’ 자본이 올해 들어 한층 확대됐다. 모태펀드에 지역투자 의무가 생기고, 팁스(TIPS)도 신규 물량의 절반 이상을 지역에 배정할 예정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벤처투자 생태계 전반이 이미 수도권 중심으로 굳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지역 투자 확대가 실제 지역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더욱 많은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는 우려다.
24일 중소기업벤처부 벤처확인기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비수도권에 본사를 둔 벤처기업 비중은 30%대 초반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대 중반 38.9%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수도권 비중은 60%대 중후반으로 확대됐다. 벤처기업의 지리적 분포가 장기간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투자 측면에서도 수도권 쏠림은 완화되지 않고 있다. 비수도권 기업 비중이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상황에서, 투자금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약 10년간 전체 국내 벤처투자에서 비수도권 소재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20%에 머물렀다. 기업 수 분포와 자금 유입 사이의 괴리가 장기간 고착돼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런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올해 모태펀드 정시 출자로 결성되는자펀드에 약정총액의 20% 이상을 지역에 투자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최소 4700억원 안팎이 지역 투자 몫으로 설정된다. 다만 투자 현장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지역 투자 규모를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존에 검토·축적돼 온 일부 지역 기업 위주로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지역 전반으로 투자 대상이 넓어지기까지는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사업인 팁스 역시 같은 딜레마를 안고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현재 선정된 팁스 지원기업 가운데 비수도권사의 비중은 약 33% 수준이다. 올해는 신규 모집사 620개중 지역에 배정되는 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지만, 현장에서는 급격한 비율 조정이 도리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지역 벤처기업 비중이 30%대를 형성한 상태에서 물량만 빠르게 늘릴 경우 지역에서 감당할 수 있는 딜 소싱과 투자 검증 역량이 따라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역 배정 물량이 늘어도 우량 딜 발굴과 후속투자 연결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선정 이후 단계에서 자금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해법은 투자자 접점을 넓히는 것이다. 지역에 창업보육센터, 혁신센터, 테크노파크 등 지원 인프라는 많지만, 수도권 운용사가 지역 기업을 상시적으로 검토하는 구조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에서 발굴된 기업이 정기적인 투자 검토 대상에 오르지 못하면, 자금 배정은 일회성 집행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중기부 역시 자금 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수도권 집중 해소 방안으로 상위 벤처캐피탈(VC)의 전국 투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에서도 투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VC 인프라를 지역 현장으로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장관은 당시 “수도권 집중이 현실인 만큼, 돈과 사람을 함께 내려보내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 자금을 아예 지역 내부에 묶어두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부·울·경에서는 BNK벤처투자가 지역 금융권과 함께 부산·울산·경남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50억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조성해 최근 5년간 775억원을 투자했다. 대구·경북에서는 DGB금융그룹 계열을 중심으로 지역 혁신기업 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충청권과 호남권 역시 연구소기업·농생명·에너지 등 지역 특화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전용 펀드를 운용 중이다.
한 지역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지역 투자는 수도권에 비해 회수 기간이 길고 리스크가 커 민간 자금이 쉽게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지역 투자 실적을 적극 반영하고 베네핏을 확대하는 방식은 지역 기반 VC와 액셀러레이터(AC)가 유망 기업을 끝까지 키워낼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