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우리 정부는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판결에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상호관세 환급 문제에 대해서는 "절차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기업에 정확한 정보가 적시에 전달될 수 있도록 미국 진출 기업 및 경제단체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최고 15%의 글로벌 관세를 150일간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동시에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불공정 무역 관행'과 '안보 위협' 여부를 조사해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가운데 무역법 301조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한국에서 수사 대상에 오른 쿠팡의 미국 내 투자자들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요청한 근거 조항이기도 하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USTR이 해당 요청을 토대로 301조 조사를 개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주요 교역 상대국을 상대로 폭넓은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공언해 왔다. 쿠팡 사안의 경우, USTR이 301조 조사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디지털 상품·서비스에 대한 차별 가능성'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연방 하원 법사위는 전날 쿠팡을 상대로 비공개 조사(deposition)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한국 정부에 이번 사안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정부는 조사 경위와 현재 상황에 대한 입장을 법사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USTR이 다음 달 초 301조 조사를 공식 개시하더라도 한국 정부의 의견 청취 절차를 거쳐야 한다. 조사 착수가 곧바로 관세 부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외교가에서는 상황을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
상호관세 판결에 따른 글로벌 관세 문제와 별도로, 한미 간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이행을 둘러싼 대미 투자 합의 후속 조치도 진행 중이다. 한국 정부 실무협상단은 지난주 미국 측과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뒤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 계류 중인 대미투자특별법안은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법안 통과 직후 1·2호 대미 투자 프로젝트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팩트시트에 포함된 핵추진잠수함, 원자력 에너지 농축·재처리, 조선 협력 등 안보 분야 합의 이행과 관련해서는 미국 측 협상단 구성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현재는 시점을 조율하는 단계다. 필요할 경우 한국 측 협상단이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사는 안보 분야 합의 이행과 관련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대사관이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며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과정도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하고 관련 사안을 세심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3월 말~4월 초 중국 방문과 관련해 "북미 대화 가능성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미·중 관계, 북·중 관계 등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등 미 행정부와 수시로 소통하며 북한 동향을 공유하고 대북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며 "미국은 대북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고, 한국이 놀랄 만한 일이 없도록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실제 북미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으며, 유의미한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인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의 방미 역시 이 사안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응해 추진 중인 '핵심광물 무역 블록' 구상과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가 구속력 있는 합의를 위한 논의에는 참여하되 최종 참여 여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이 제안한 핵심광물 '가격 하한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기류가 감지된다. 가격 하한이 도입될 경우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핵심광물을 대량 소비하는 국내 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중국의 보복 가능성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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