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 연봉 1억이라는데, 내 월급표만 고장 난 것 같다.”
출근길 지하철 인파 속 직장인의 일상은 평균 연봉 4214만원보다 중위 연봉 3165만원이라는 현실에 더 가깝다. pexels |
입사 5년 차 직장인 김모(34) 씨는 씁쓸한 한숨을 내쉰다. 월세와 관리비, 대출 이자, 식비까지 빠져나가고 나면 통장은 금세 가벼워진다. 하지만 이 230만원대라는 숫자는 뒤처짐의 증거가 아니다. 대한민국 직장인 ‘가운데’에 가장 가까운 냉정한 팩트다.
평균 vs 중위: 당신의 월급은 어디에 있습니까?.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
◆300만원의 벽, 그리고 230만원대의 현실
국세청이 발표한 ‘2024년 국세통계연보(2023년 귀속분)’에 따르면 전체 근로소득자의 평균 급여는 4214만원이다. 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51만원이다.
그러나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한가운데에 위치한 사람의 중위 연봉은 3165만원이다. 월 환산 시 약 264만원이다.
평균과 중위값의 차이는 1049만원에 달한다. 부양가족이 없는 1인 가구 기준으로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과 근로소득세 등을 공제하면 월 실수령액은 230만원대로 쪼그라든다.
즉, 대한민국 직장인의 절반은 세전 월 264만원 이하, 세후 230만원대 소득으로 한 달을 버텨낸다는 것을 뜻한다.
◆상위 0.1%가 끌어올린 ‘평균의 숫자’
전체 평균값이 체감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유는 극소수 초고소득층의 영향 때문이다.
동일 자료 기준 근로자 중 상위 0.1%인 2만582명의 평균 연봉은 9억8393만원에 달했다. 상위 1% 역시 평균 3억3474만원으로 집계됐다.
평균은 분포의 중심이 아닌 총합을 인원수로 나눈 값이다. 연봉 10억원대 임원과 3000만원대 직장인이 같은 통계표에 묶이면서 수치는 위로 훌쩍 끌려 올라간다.
실제로 전체 근로자 10명 중 7명 이상은 평균 급여 4214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연봉을 받고 있다.
◆노력 아닌 구조의 문제
이러한 소득 격차는 단순히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 부족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3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월 591만원, 중소기업은 286만원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48.4% 수준에 불과하다.
어디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느냐가 생애 소득 경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수치로 고스란히 확인된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도 300인 이상 사업체와 30인 미만 사업체 간 임금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공식 통계가 가린 ‘진짜 현실’
결국 평균의 함정에 빠져 스스로를 자책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의미다.
초고소득층이 견인한 평균치 속에서 대다수의 평범한 직장인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만, 지갑 사정을 결정짓는 핵심은 노동시장의 태생적 격차다.
세후 230만원대 월급으로 고물가를 버텨내는 ‘가운데 직장인’의 삶은 통계 평균보다 중위값에 더 가깝다. freepik |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과 대기업에 편중된 상황에서 중위 소득의 정체는 필연적인 결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퇴근길, 편의점에서 5000원짜리 도시락을 집어 드는 김씨의 어깨는 무겁다. 하지만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평균 연봉 4214만원보다 통장에 찍히는 세후 230만원대가 훨씬 더 많은 이들의 진짜 현실이다.
“내 삶만 뒤처진 걸까”라는 무의미한 질문은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 고물가 속 팍팍한 하루를 묵묵히 버텨내는 당신의 삶은, 화려한 통계의 착시보다 훨씬 더 단단한 대한민국의 진짜 중심에 서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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