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다만 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금융시장에 지나치게 집중될 경우 자산을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K자 양극화’가 한층 뚜렷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중 통화량은 안정, 자금은 증시로
2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시중 통화량(M2) 증가율은 4.7%로 전월 4.8% 대비 소폭 낮아졌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을 제외하는 통계 개편 이후 M2 증가율은 4~5% 범위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이는 통계 개편 전 통화량이 8% 안팎씩 늘던 시기와 비교해서는 안정적인 흐름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자금을 보유한 주체를 들여다보면 흐름이 엇갈린다. 가계와 기업이 보유한 M2 증가율은 10월 4.1%, 11월 2.9%, 12월 3.2%로 3~4%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달리 증권사와 보험사 등 기타 금융기관이 보유한 M2는 10월 9.6%, 11월 10.7%, 12월 12.3%로 석 달 연속 상승세다. 가계와 기업이 쓰거나 투자하기 위해 들고 있는 돈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금융회사 안에 머무는 돈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상품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만기 2년 미만 정기예금 증가율은 12월 0.8%로 전월(1.0%)보다 낮아졌다. 반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발행어음, 단기 외화예수금 같은 시장형 상품의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1.7%에서 12월에는 7.1%로 크게 뛰었다. 은행 예금은 둔화된 반면, 언제든 투자로 이동할 수 있는 자금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증시 주변자금으로 불리는 CMA는 지난해 말에만 2조 1000억원이 증가해, 지난해 8월 이후에 가장 많이 늘었다”며 “11월부터는 확실히 가계의 통화량이 투자자예탁금 등 증시 자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흐름이 보인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내에서도 주식형 운용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KG제로인 엠피닥터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업계 내의 주식형 운용 자금 규모는 지난 12일 기준 259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 채권형 자금 216조원을 웃돌았다. 주식형 자금은 올해 들어 218조원에서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간 반면, 채권형은 연초 218조원 대비 소폭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채권형 자금은 213조원을 기록하며 주식형 자금 208조원을 웃돌았지만, 올해 들어 주식형이 줄곧 채권형 자금을 웃돌며 상황이 역전됐다. 코스피 지수는 올 초 4200선부터 이날 5900선까지 쉬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자산 쏠림이 키우는 ‘K자 격차’
문제는 이러한 자금 흐름이 구조적으로 고착될 경우 한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은 자산가격 상승의 혜택을 보지만 금융자산이 많지 않은 가계나 내수 업종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어서다. 지수는 오르는데 체감 경기는 나아지지 않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정책 측면에서도 고민이 깊어진다. 금리를 낮춰도 돈이 공장이나 소비로 흘러가기보다 주식시장으로 향한다면 통화정책 효과 역시 자산가격 상승으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금리 정책만으로는 경기 회복을 끌어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금융시장으로 자금 쏠림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약화될 경우 부동산 취득을 위해 대기 중이던 자금의 이동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부동산 시세 차익보다는 기대수익률과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추구하는 금융자산으로의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