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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바둑이도 새 가족 만나 ‘안락사 없는’ 보호소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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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 ‘입양률 50%’ 기적을 선물하다
경향신문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있는 반려동물보호센터 운동장에서 자원봉사자가 유기된 강아지들을 돌보고 있다. 청주시 제공


충북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에 3개월 넘게 머무르던 열세 살 요크셔테리어 ‘럭키’는 사료를 제대로 씹을 수 없을 만큼 치아 상태가 나빴다. 새 주인이 찾아오길 기다렸지만 늙고 병든 강아지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수개월간의 기다림 끝에 럭키에게 기적이 찾아왔다. 발치 수술을 견뎌내고 ‘임시보호’를 거쳐 새로운 가족을 만난 것이다. 지금은 누구보다 활기찬 2막을 보내고 있다.

열네 살 믹스견 ‘바둑이’도 센터에서 새 주인을 찾았다. 온몸의 장기에 종양이 퍼져 수술조차 불가능했던 바둑이는 보호소 바닥에 웅크려 안락사만 기다리고 있었다.

바둑이를 품은 이는 자원봉사자 김모씨(38)다. 그는 “안락사를 피하고 하루라도 더 편안한 환경에 있길 바랐다”며 “센터가 아니었다면 바둑이는 진작에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가 유기동물을 새 삶으로 안내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24일 청주시에 따르면 흥덕구 강내면에 위치한 센터는 2016년 운영을 시작해 2019년부터 직영 체제로 전환했다.

직영 운영 후 전문 수의사가 상주하는 동물병원도 갖췄다. 센터에서 근무하는 정동복 수의사는 “전염병 관리가 되지 않는 보호소는 반려동물 폐사율이 30~40%까지 치솟지만, 청주는 10% 이내 수준”이라며 “안락사를 줄이는 첫걸음은 동물들이 보호소 내에서 건강하게 버텨주며 입양 기회를 기다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인 한 유기견이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직영 전환 후 전문 수의사 상주
총 260마리 수용 가능 시설 갖춰
개별 견사 관리로 폐사율 단 10%
보호 동물 80% 반환 또는 입양

시는 지난해 11월 85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6620㎡ 규모의 센터 건물을 새로 지었다. 기존 건물 대비 보호 가능 동물 수를 100마리 이상 늘려 총 260마리를 수용할 수 있다. 고양이 전용 보호실과 입양대기실, 교육실 등도 갖췄다. 90여개의 개별 견사에는 운동장을 연결해 유기견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센터의 보호공간 포화로 인한 안락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유기동물 임시보호제’도 운영 중이다. 입양 희망자가 반려동물과 1~3개월을 함께 지내며 입양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최승우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 주무관은 “임시보호제도를 이용하는 시민 대부분이 반려동물을 처음 키워보는 가정”이라며 “반려 생활을 경험해보고 신중하게 입양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락사를 최소화하려다 보니 센터에서 최소 6개월에서 2년 넘게 보호받는 동물도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임시보호를 나선 150마리 중 128마리가 정식 입양됐다. 시의 유기동물 처리 실적에서는 최근 4개월(2025년 10월~2026년 1월)간 구조된 동물 300마리 중 84.6%인 254마리가 새로운 삶을 찾거나 주인에게 돌아갔다. 이 중 분양(입양)이 148마리(49.3%)로 가장 많았고, 반환 61마리(20.3%), 기증 45마리(15.0%) 순이었다. 안락사가 31마리(10.3%), 폐사는 15마리(5.0%)로 적은 편이다.

최 주무관은 “높은 입양률에도 불구하고 안락사되는 동물의 약 90%가 대형견이라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아파트 위주의 주거 환경 탓에 대형견은 입양 우선순위에서 늘 밀려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유기동물을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센터에 대한 홍보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안락사 제로를 목표로 단순한 보호를 넘어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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