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 국제투자분쟁과장이 24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판결 선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의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부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환송 중재 절차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어떻게 엘리엇 측의 손해에 영향을 미쳤는지 인과관계를 다시 따지게 됐다.
법무부는 24일 브리핑을 열고 엘리엇 취소 소송에서 양측의 주장에 대해 설명했다. 조아라 국제투자분쟁과장은 “국민연금은 별개 법인격을 보유하고 있고, 공적연금기금의 운용이 치안·국방 등 국가의 핵심 기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국민연금이 국가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했다. 반면 엘리엇 측은 “국민연금은 공적연금기금을 배분하는 헌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국가기관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취소 소송을 진행한 영국 법원은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국가기관임을 전제로 한 원 중재판정도 유효하지 않게 됐다.
법무부는 이번 결정으로 국민연금의 투자활동이 ISDS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리가 확립됐다고 평가했다. 조 과장은 “국민 대다수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으며, 기금이 안전하게 운용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했다.
다만 엘리엇 측이 이번 결정에 불복할 가능성도 있다. 판결이 나온 후 3주 이내에 항소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항소 절차까지 마무리한 뒤 본안에 해당하는 중재절차에 다시 돌입하게 된다.
이 사건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시작됐다. 옛 삼성물산 주주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을 동원해 두 회사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한 결과 7억7000만달러(약 1조118억원)를 손해봤다며 2018년 7월 ISDS를 제기했다. ISDS 재판을 맡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23년 6월 “한국 정부는 엘리엇에 690억원과 지연 이자 등 총 13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불복해 같은 해 7월 이 사건 담당 법원인 영국 법원에 PCA 판결 취소 소송을 냈다. 영국 법원 1심은 2024년 8월 한국 정부의 소(訴)를 각하했으나, 항소심은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한국 정부는 파기환송심에서 승소를 거둘 수 있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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