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강선우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제8차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상정되자 신상 발언을 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손에 꼭 쥔 원고 상단에 '결연 담담 당당'이라고 쓰여 있다. /연합뉴스 |
‘결연, 담담, 당당’
공천 헌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강선우 의원은 24일 체포동의안 표결 전 이렇게 손글씨가 적힌 원고를 들고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올랐다.
강 의원은 5분가량 신상 발언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총 3억2200만원을 반환했으며 1억원은 제 정치 생명을, 인생을 걸 어떤 가치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강 의원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 보좌관이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해 김경 전 서울시의원을 처음 만났다. 그날 의례적으로 건네진 선물은 의미 없이 무심한 습관에 잊혔다”며 “저와 김경을 연결시킨 그 보좌관은 제가 1억원을 직접 반환한 후 면직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으려 했다면, 즉시 반환을 지시할 이유도, 공관위 간사에게 보고할 이유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 돈을 반환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공천헌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8차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
강 의원은 “나름 원칙을 지키며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제 처신은 미숙했다”며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만족감에 패션 정치를 했던 제 자신을 고백하고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어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며 “진실을 밝히는 일 앞에 두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후 다른 의원들과 함께 자신의 체포동의안 투표에 참여했다. 그는 개표 결과는 확인하지 않고 일부 여당 의원들과 악수한 뒤 본회의장을 떠났다.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
강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 164표, 반대 87표, 기권 3표, 무효 9표로 통과됐다. 재적 의원 296명 가운데 263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과반 의석(162석)인 더불어민주당은 자당 소속이었던 강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않고 개별 의원의 판단에 맡겼다. 조국혁신당은 찬성 표결 권고를 당론으로 정했다.
강 의원은 2022년 1월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용산의 한 호텔에서 김경 전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다. 관련 의혹이 제기된 뒤 강 의원은 지난달 1일 민주당을 탈당했고 민주당은 강 의원에 대해 제명 처분을 내렸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체포동의요청을 통해 “검찰이 관련 진술과 녹취록 등 증거를 토대로 혐의가 소명됐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해 국회에 체포 동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체포동의안 가결로 강 의원은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게 된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억원의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는 무소속 강선우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에 자신의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친 뒤 이동하다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강선우 의원 신상 발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원식 국회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강선우입니다.
주면 반환하고, 주면 반환하고, 주면 또 반환했습니다. 지독했던 시간의 마침표를 반환으로 찍었습니다. 다섯 차례에 걸쳐 총 3억2200만원을 반환했습니다. 그런 제가 1억을 요구했답니다. 1억은 제 정치 생명을, 제 인생을 걸 어떤 가치도 없습니다.
22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지역 보좌관이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고 해 김경 전 시의원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날 의례적으로 건네진 선물은 의미 없이, 무심한 습관에 잊혀졌습니다.
22년 4월 20일, 서울시당 공관위 회의에서 저는 청년인 여성 후보를 찾아 멋지게 선거를 치러 보겠다고 했습니다. 곧바로 김경 후보자로부터 강한 항의 전화가 왔고, 그제야 그 선물이 돈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너무 놀라 보좌관에게 즉시 반환을 지시했고, 공관위 간사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새로운 청년 후보를 찾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큰 점수 차로 앞서 있던 김경 후보가 공천됐습니다. 저와 김경을 연결시킨 그 보좌관은 제가 1억원을 직접 반환한 후 면직시켰습니다.
만약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으려 했다면, 청년 공천을 발언할 이유도, 즉시 반환을 지시할 이유도, 공관위 간사에게 보고할 이유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 돈을 반환할 이유도 없습니다.
1억 반환 이후, 구청장이 목표였던 상대는 더 집요해졌습니다. 22년 10월, 며칠 만에 몰렸던 고액 후원금 8200만원이 김경 추천으로 확인돼 모두 반환. 23년 1월, 지역 일정 중 초콜릿이라며 차에 밀어 넣은 가방도 직후 공개 일정에서 즉시 반환. 그해 6월, 의원실 독대에서 힘 내시라며 또 주려던 가방도 몸싸움까지 하며 반환. 12월에 들어온 고액 후원금 5000만원은 묻지도 않고 전부 반환했습니다. 가방에 6000만원, 3000만원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다섯 차례나 돈을 반환했는데, 제가 먼저 요구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심지어 김경 쪽의 쪼개기 후원과 금품 제공 시도는 제가 먼저 경찰에 알렸습니다.
제가 불법 후원을 또 받을 위험성이 있다며 구속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전체 맥락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과연 실체적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경찰은 영장에 지역 보좌관의 이력도, 민주당 경선 과정도 허위로 기재했습니다. 또 국회의원도 도피한 적이 있다며, 낙선 후 야인 시절 수사가 진행됐던 두 전직 의원을 가리켜 현역이라 기재했습니다. 이 허위 사실을 가지고 저의 도주 우려를 말합니다. 현역 국회의원인 제가 어디로 도주하고 어떻게 도피하겠습니까.
나름 원칙을 지키며 살았다 생각했지만, 제 처신은 미숙했습니다. 좋은 세상 만든다는 만족감에 패션 정치를 했던 제 자신을 고백합니다. 땅에 발 붙이지 않은 채 붕 떠 있었습니다. 제가 제 수준을 몰랐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일곱 살 아이 기저귀 갈아가며, 아이 수술한 곳 소독해 가며 밤새 논문 썼던, 그렇게나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그때의 강선우를 되찾겠습니다. 프린터 실은 캐리어와 여덟 살 아이의 손을 잡아끌고 낯선 미국 땅에서 면접 보러 다녔던, 누구도 곁에 없던 서른셋, 그때의 강선우, 당에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온라인으로 비례대표를 신청했던, 아무 겁 없던 2016년 그 강선우의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불체포 특권 뒤에 숨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더 또렷이 드러내는 일 앞에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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