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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600억 배상' 판정 취소…정부, 각하→항소→환송 3년 불복 끝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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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정부는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에 160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을 뒤집었다. 각하와 항소, 환송을 거친 3년간의 불복 끝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서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기관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이끌어낸 결과다.

조아라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은 24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엘리엇 ISDS 취소 판결 선고 브리핑을 열어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조 과장은 "만약 이와 같은 중재판정이 취소되지 않고 그대로 확정돼 선례가 된다면 최대 1800조원 상당의 연금을 운용하며 수백, 수천개의 주식회사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 투자활동이 정부 조치로 간주하면서 잠재적인 ISDS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은 다른 해외투자자들까지 고려해 가면서, 투자하거나 또는 이로 인해 투자활동 위축이나 국민연금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엘리엇이 제기한 ISDS 사건 중재판정의 영국 법원 취소소송에서 전일 승소했다. 다만 중재절차로 다시 환송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배상책임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엘리엇이 항소를 제기하면 항소심에서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다시 다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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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美 사모펀드 엘리엇을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중재판정 영국 법원 취소소송에서 승소 했다고 밝혔다.2026.02.23 gdlee@newspim.com


앞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찬성 의결이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따른 것이라며 2018년 ISDS를 제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했음에도 주요 주주였던 정부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이에 찬성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게 엘리엇 측 주장이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23년 6월 엘리엇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690억원과 지연이자 등의 배상을 명령했다. 올해 2월 기준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은 배상원금에 지연이자 등을 합쳐 1600억원까지 불어난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에 불복해 2023년 7월 영국 법원에 중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다음 해 8월 1심(영국 고등법원·High Court)에서 각하됐다. 정부는 이에 항소했고, 2심 법원(영국 항소법원·Court of Appeal)은 지난해 7월 정부 주장 취소 사유는 적법한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으로 환송했다. 이후 1심 법원은 PCA 중재판정에 취소 사유가 있는지 따져본 뒤,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 "국민연금, 국가기관 아니다"…법리 싸움의 핵심 쟁점

정부가 제기한 소송의 핵심 쟁점은 '국민연금공단이 국제투자분쟁에서 국가배상 책임의 행위주체인 국가기관이냐'는 것이었다. ISDS에서 정부가 배상 책임을 지려면 문제된 행위가 '국가의 행위'여야 하고, 그 책임이 국가에 귀속돼야 한다.

PCA는 국민연금공단을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보고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정부는 국민연금공단이 정부와 별도의 법인격을 가진 독립 기관이라는 점을 들어 이를 다퉜다.

결국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정부와 별도의 법인격을 갖고 있고 ▲연금기금 운용이 국가 핵심 기능(치안, 국방 등)에 해당하지 않으며 ▲일상적 의사 결정이 정부에 완전히 종속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개입 행위는 별도의 국가 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있으나, 이번 판단의 핵심은 국민연금공단 자체의 법적 지위에 있었다.

법무부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중재판정 일부 패소, 취소소송 1심 각하 판결에도 굴하지 않고 정정신청, 취소소송, 항소를 이어나가며 일관된 법리를 주장한 끝에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을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와 같은 투자 판단이 곧바로 국가의 행위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ISDS를 제기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한 조항(FTA 제11.1조)의 적용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해외 투자자가 국가 책임을 폭넓게 주장하며 ISDS를 제기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조 과장은 "이번 정부의 승소를 통해 국민연금이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제법적으로도 명확히 하고 국민 여러분께서 납부한 소중한 연금과 보험료가 모여 운영되는 국민연금이 보다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환송중재 절차가 남아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론스타 이어 엘리엇까지…5600억 국고 지킨 연속 승소

이번 승소는 글로벌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연이어 승소하며 국고 유출을 막아냈다는 의미도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또 다른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ISDS 중재판정 취소 소송에서도 승소해 약 4000억원 규모의 배상 책임에서 벗어난 바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남은 절차에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간 축적한 전문성을 활용해 관계부처·외부 전문가 및 국내외 정부대리인단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며 "정부는 향후 구체적 취소 범위와 소송비용 분담 등 쟁점에 대한 대응에도 만전을 기하고, 만일의 엘리엇 측 항소 제기에도 대비하는 등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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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후 퇴장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yek10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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