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전경(사진=경희대) |
취업 한파 속 대학가에 '졸업 유예' 바람이 분다. 경희대학교가 졸업 요건을 충족한 학생이 학위를 미루고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학사학위 취득 유예제도'를 신설했다. 졸업을 늦추기 위해 일부러 학점을 남기던 관행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기존 경희대의 졸업 연기 방식은 학사운영규정에 따라 '수료'와 '졸업보류' 두 가지로 구분됐다. 졸업 기준 학점은 이수했으나 논문을 마치지 못한 경우를 '수료'로 학점과 논문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 경우를 '졸업보류'로 판정했다. 이 방식들은 학적 유지를 위해 졸업 요건을 의도적으로 미달시켜야 하는 한계가 뒤따랐다.
'학사학위 취득 유예제도'는 모든 졸업 요건을 완비한 상태에서 공식적으로 학위 수여 시기만 조정할 수 있다. 학생들이 학적 유지를 위해 논문 미제출 등의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 재학생 신분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제도 도입의 핵심 배경은 학생들의 실질적인 취업 경쟁력 강화다. 경희대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현실을 반영해 학생들이 안정적인 신분으로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라며, “졸업 지연 상태를 제도적으로 보완해 학생들의 취업 역량과 학생 자율성을 강화하고 충분한 준비 기간을 확보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유예생에게는 별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학교 인프라 활용 권한도 그대로 유지된다. 학생증 기능은 물론 도서관 대출 및 열람실 이용권 등이 재학생과 동일하게 부여돼 학생들은 졸업 전까지 학교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며 취업 준비에 매진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제도는 참가 대상을 대학생으로 제한하는 각종 공모전이나 대외활동, 정부 지원 사업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연장해준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이는 단순히 졸업을 미루는 행위를 넘어 학생 신분에서만 누리는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유예 제도는 학생들이 사회라는 문턱을 넘기 전 충분한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 실질적인 '시간적 안전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졸업 유예를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대학교육연구소(KHEI)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주요 대학의 61%와 전국 국공립대의 64%가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고려대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도 이미 해당 제도를 도입해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지원하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이번 제도로 “학생들이 '재학생 및 졸업예정자' 신분이 필수인 인턴십에 지원하거나, 대학생 신분으로만 누릴 수 있는 외부 활동에 참여하며 내실 있는 취업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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