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불법 범죄로 가족을 잃은 ‘앤젤 패밀리’를 기리는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연방대법원의 관세 무효 판결 이후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새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새 관세는 대형 배터리·주철 및 철제 부품·플라스틱 배관·산업용 화학물질·전력망·통신장비 등 6개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부과할 전망이라고 여러 관계자가 전했다. 이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부과될 예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이미 발표한 15% ‘글로벌 관세’와는 별개의 조치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부과, 수입 제한 등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관세율과 적용 기간에는 법적 상한이 없어 “일단 부과되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다만 최장 270일간 상무부 조사를 거쳐야 해서 관세 부과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국가안보 관세’는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앞세웠던 이른바 ‘상호관세’의 대안으로 거론돼온 카드다. 상호관세와 달리 심각한 법적 논란에는 휘말리지 않고 유지되어온 만큼, 상호관세 중단에 따른 세수 감소를 메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집권 2기 들어 이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알루미늄·구리·자동차 부품 등에 관세를 부과해왔다. 반도체·의약품·드론·산업용 로봇 등 9개 산업 분야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트럼프 정부가 조사 작업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기존 관세 부과 방식도 손질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제품을 금속 함량에 따라 분류한 후 차등 관세율을 적용하고, 제품에 포함된 철강·알루미늄의 가격이 아닌 제품 전체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이처럼 개편될 경우 표면적인 관세율은 낮아질 수 있지만, 과세 표준이 확대되면서 실제로 내는 금액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국가·경제 안보를 수호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우선 과제이며, 정부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합법적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을 이용해 관세를 재건하는 일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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