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 국제투자분쟁과장이 24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판결 선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이어 엘리엇매니지먼트와의 국가투자분쟁(ISDS) 사건 중재판정 관련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또 한 번 거액의 국고 유출을 방어했다.
조아라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은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ISDS 사건 관련 상세브리핑을 열고 “한층 더 발전되고 선진적인 ISDS 대응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점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을 상대로 제기되는 ISDS 사건들에 철저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조 과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승소를 통해 국민연금이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제법적으로도 명확히 했고, 국민 여러분께서 납부한 소중한 노후인 연금 보험료가 모여서 운용이 되는 국민연금 기금이 보다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승소는 국제법적 법리와 향후에 ISDS 대응 측면에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도 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를 국가기관(당사국)의 조치로 보고 정부의 배상책임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였다. 앞서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를 국가기관의 조치로 판단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1심 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정부와 별개의 법인격을 보유한 점 ▷공적연금기금의 운용이 치안·국방 등 국가의 핵심 기능에 해당하지 않는 점 ▷국민연금공단의 일상적 의사결정이 정부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 원 중재판정 중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임을 전제로 한 판단 부분을 취소했다. 다만,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합병 관련 국민연금공단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는 FTA 중 소정의 ‘관련성 있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엘리엇과의 ISDS 사건 중재판정을 두고 제기한 영국 법원 취소소송에서 전날 승소했다. 이번 승소 판결로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중재판정이 더 유지될 수 없게 되면서 중재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승인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2018년 정부를 상대로 7억7000만달러 배상을 요구하는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 측은 특히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가 국가기관의 조치라고 주장하며 이를 문제 삼았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 측에 5358만6391달러(약 690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2023년 6월 판정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배상원금 중 약 7%가 인용된 것이다. 이후 한국 정부의 오류 지적에 따른 판정문 정정절차를 통해 같은 해 9월 약 593억원과 지연이자로 배상금이 감액됐다. 법무부는 이달 기준 배상원금과 지연이자를 합해 약 1600억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판정에 불복해 같은 해 7월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영국 1심 법원은 2024년 8월 각하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정부는 항소했고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해 7월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건을 다시 영국 1심 법원으로 환송했다. 사건을 돌려받은 영국 1심 법원은 정부가 주장한 취소 사유를 인용해 중재 판정 일부를 취소하고 사건을 중재절차로 환송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론스타 상대 ISDS 중재판정 취소 신청 사건에서도 승소해 약 4000억원에 달했던 배상 책임에서 벗어난 바 있다. 양근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