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8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직후 베이루트의 주레바논 미국대사관 건물 앞에서 이스라엘 반대 시위가 벌어지자 레바논 정부 보안인력이 이를 막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 국무부가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레바논은 그간 미국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표적이 돼 온 곳으로, 미국의 대이란 공습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에 돌입하기 전에도 레바논과 이라크 등 중동 지역 대사관에 유사한 철수령을 내린 바 있다.
23일 AP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레바논 내 미국 시민을 위한 여행 경보를 업데이트하면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안보 상황으로 인해 비필수 미국 정부 인력과 정부 인력 가족의 출국을 명령했다”고 했다. 이번 조치로 30∼50명가량의 대사관 직원이 레바논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추정했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안보 환경을 평가하고 있으며, 최근 검토 결과 필수 인력만 남기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우리 인력의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 시민 지원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라며 “필수 인력은 남아 대사관 운영을 계속한다”고 했다.
미국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레바논이 그간 미국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표적이 돼 왔기 때문이다. 이란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지원하며 영향력을 유지해 왔고, 헤즈볼라는 1983년 베이루트 미 해병대 막사 폭탄 테러와 1984년 미 대사관 부속 건물 폭탄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의 인력 조정은 이란을 대상으로 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지표로 여겨져 왔다. 미국은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지시하기 직전에도 베이루트와 이라크 등 중동 지역의 다른 대사관들에 비슷한 철수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실제 이란은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중동 내 미국 관련 시설을 보복 공격의 목표물로 삼겠다고 경고해 왔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이란이 대리 세력을 동원해 테러 공격을 감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 중이던 미군도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란의 보복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표적에서 인력을 줄이는 차원에서 시리아 내 기지들에서 군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 미군 철수가 이란 공격 가능성과는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가디언은 이를 두고 이란의 보복 공격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의 또 다른 인력 조정 조치라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은 중동 지역에 이라크 전쟁 개시 전 이후 최대 규모의 전략자산을 전개하며 이란에 대한 군사적 위협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항공모함 두 척과 전투기 수십 대, 전투함,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등을 중동 지역에 배치한 상태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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