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8143톤으로 급증…국내산과 가격 격차 3배
전용 도축장 지원·이력제 단계 도입…등록률 38%부터 끌어올린다
개식용종식법 시행일인 2024년 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보신탕거리에 '모란 흑염소 특화거리'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안' 시행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27년 2월 7일까지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개 식용 업계에 전·폐업을 지원한다. |
2027년 2월 개 식용 전면 금지를 앞두고 개고기 시장이 공급 기반 붕괴로 ‘자연 소멸’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염소고기 소비가 4년 새 두 배로 늘고 수입도 8000톤을 넘어서는 등 시장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부는 증가하는 수요 흐름과 유통 사각지대를 동시에 관리하기 위해 540억원 규모의 염소 산업화 로드맵을 본격 가동했다. 다만 개식용 종식과 염소 산업 확대를 직접적으로 연결한 정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4일 ‘염소산업 발전대책’을 발표하고 2029년까지 생산·유통·질병 관리 전반의 제도 기반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식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최근 염소고기 수요가 늘고 있으나, 가격이 저렴한 수입 염소고기 점유율의 지속 증가 및 산지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 피해 등의 현장의견을 반영해 국내 염소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며 대책 마련의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보신탕 음식점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
농식품부에 따르면 염소고기 소비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24년 소비량은 1만3708톤으로 2020년 6328톤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해 국내 출하량은 5565톤에 그쳤고, 수입량은 8143톤으로 집계됐다. 자급률은 2020년 45.4%에서 2024년 40.6%로 하락했다. 늘어난 수요 상당 부분을 수입산이 채운 셈이다.
수입 물량 대부분은 호주산으로 가격 경쟁력이 국내산을 크게 앞선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정부는 국내산 염소고기 부분육 도매가격이 kg당 3만5000원 수준인 반면 수입육은 1만2000원 정도로, 가격 격차가 약 3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개식용 종식과 관련해서는 보양식 수요 증가 영향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지만, 개 사육 농가의 염소 전환이나 보신탕집의 업종 전환 규모는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며 구체적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개고기 산업은 법으로 종식이 확정됐고 농장 폐업이 급속히 진행되며 공급 기반이 붕괴 단계에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양식 수요가 염소로 이동할 가능성은 있으나, 이를 정책 목표로 설정하기보다는 산업 구조 자체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현재 염소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제도화 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사육업 등록률은 약 38%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체 농가 상당수가 행정 관리 체계 밖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도축률은 56.9%에 그쳐 약 43%가 제도권 도축장을 거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생·검역 관리와 유통 추적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축시장 경매를 거치지 않는 ‘문전 거래’ 비중이 높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농가와 상인이 직접 거래하는 구조에서는 가격 형성이 불투명해질 수 있고, 거래 기록이 체계적으로 남지 않아 원산지 관리에도 취약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이력제가 도입되지 않은 점까지 겹치면서 유통 전반의 사각지대가 지적된다.
이에 정부는 원산지 단속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특별사법경찰 인력을 128명에서 285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DNA 분석 기반 판별 기법을 도입해 단속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직원들이 울산광역시 흑염소 농가에서 '축산 현장 맞춤형 종합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
생산 기반도 강화한다. 기존 13~15개월, 50kg 수준이던 출하 구조를 12개월 55kg으로 개선하는 육량형 신품종을 2029년까지 개발한다. 재래 흑염소는 토종가축으로 인정해 유전자원 보호를 추진한다.
사육업 미등록 농가에 대해서는 실태를 파악한 뒤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등록을 완료한 지자체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권역별 염소 전용 도축장 신축 시범사업도 추진된다. 일부 지역의 시설 공백을 고려해 최대 50억원까지 지원한다.
염소 이력제는 즉시 전면 도입이 아니라 타당성 연구를 거친 뒤, 등록이 완료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검토한다. 등록이 선행되지 않으면 제도 도입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이번 로드맵에 약 54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자급률 등 구체적 목표 수치는 당장 제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통계 기반을 먼저 확립한 뒤 단계적으로 산업을 키우겠다는 설명이다.
공급 기반 약화로 ‘자연 소멸’ 단계에 접어든 개고기 시장과 달리 염소 산업은 수요 증가 조짐 속에서도 수입산 공세와 제도 사각지대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보양식 수요 이동이라는 외부 변수보다 산업 내부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정비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이재식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염소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농가 생산성 향상과 소득 안정을 도모하고, 국민에게는 안전하고 품질 좋은 염소고기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농가 등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함께 관계 기관과 중점 추진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염소산업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투데이/세종=노승길 기자 ( noga813@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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