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별 관세ㆍ규제 결합 '통상 리스크' 확대
제조업 넘어 '디지털 규제'까지 사정권
"불공정 프레임 강화로 산업전반 협상에"
미국의 통상 압박 축이 ‘관세율’ 경쟁에서 ‘불공정 규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상호관세가 법원 판단으로 제동이 걸리자 무역법 301조를 통해 상대국의 제도와 규제를 문제 삼는 방식이 전면에 부상하는 흐름이다.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제조업뿐 아니라 디지털 규제까지 조사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산업 전반이 하나의 협상 대상이 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무역 갈등을 넘어 재정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관세 수입을 감세 정책과 금융 규제 완화, 에너지 가격 인하와 결합해 재정적자를 관리하는 경제 구상의 핵심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세가 외교 협상 카드이자 재정 수단으로 동시에 기능하는 구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하며 불공정 무역 관행 점검에 나섰다. 301조는 상대국의 차별적 정책이나 시장 접근 제한을 문제 삼아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대표적인 통상 수단으로 과거 미중 무역 분쟁에서도 핵심 도구로 활용됐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11번째 무역적자국이라는 점에서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이 단순한 관세 부과가 아닌 ‘불공정’ 프레임을 적용할 경우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이 동시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301조가 적용될 경우 품목별 관세와 규제 압박이 결합되는 방식으로 통상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과잉 생산과 수출 의존 구조가 문제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으며 철강 역시 기존 관세에 상계관세가 추가되는 이중 부담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한국산 부식방지강판에 대한 상계관세 적용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며 품목별 관세 압박을 이어갔다. 업황 부진 속에서 관세와 추가 관세가 겹칠 경우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디지털 분야도 새로운 통상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망 사용료 부과 논의와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제한 등을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이슈가 301조 조사로 이어질 경우 IT 규제 문제가 반도체나 자동차 등 제조업 관세로 연결되는 ‘연계 압박’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통상 압박을 개별 산업 이슈로 분리하지 않고 공급망과 시장 접근성 문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디지털 규제 문제를 제기한 뒤 제조업 분야에서 보복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결국 상호관세 판결 이후 미국의 통상 전략은 ‘전면 관세’에서 ‘불공정 낙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산업별로 다른 명분을 적용하되 결과적으로는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 전반을 압박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향후 통상 리스크의 핵심이 관세율 자체가 아니라 미국이 어떤 산업과 규제를 ‘불공정’으로 규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자동차는 과잉 생산, 철강은 보조금, 디지털 산업은 규제 장벽이 각각 문제로 제기될 수 있으며 이는 곧 품목별 관세와 시장 접근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301조는 특정 산업을 직접 겨냥하기보다 정책과 규제를 문제 삼아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이라며 “불공정 프레임이 강화될수록 한국 산업 전반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투데이/권태성 기자 ( tskw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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