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에서 기름을 털어야 할 타이밍을 알리던 요란한 알람 소리 대신, 로봇이 고요히 움직인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바스켓을 들어 올려 기름만 탁탁 털어낼 뿐이다.
관절형 로봇이 움직이며 치킨을 조리하고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
바른치킨은 23일 서울 여의도에 직영 플래그십 매장 '여의도R점'을 열었다. 여의도R점은 바른치킨의 27번째 로봇형 매장이자, 그간 축적한 자동화·로봇 운영 역량을 집약한 공간이다. 본사가 직접 운영하며 실제 매장 환경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가맹점에 적용 가능한 '표준 운영 모델'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바른치킨 여의도R점 내부 전경. [사진=구서윤 기자] |
매장에 들어서자 기존 치킨집에서는 보기 어려운 화이트톤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테이블 간격이 넉넉한 공간 사이로 서빙 로봇이 조리된 치킨을 싣고 오간다. 투명 유리 너머 조리 공간에서는 로봇이 쉼 없이 움직이며 치킨을 튀기고 있다.
이 매장은 38평 규모지만 상시 근무 인력은 점장과 매니저 2명뿐이다.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아르바이트 인력이 투입되지만, 최소 인력 운영이 기본 구조다. 로봇을 전면 도입한 매장인 탓이다.
매장에는 두 종류의 로봇이 설치돼 있다. 매장 전면에는 시각적 효과를 담당하는 관절형 로봇이 자리 잡았다. 직원이 닭고기에 현미쌀 가루를 묻히는 파우딩 작업을 마친 뒤 철제 바스켓에 담아 조리 시작 버튼을 누르면, 로봇이 180도로 회전하며 바스켓을 집어 올린 후 지정된 튀김기에 투입한다. 이후 50초 뒤 한 차례, 5분 뒤 다시 한 차례 바스켓을 들어 올려 기름을 턴다. 뼈 치킨은 4분, 순살 치킨은 2분간 추가 조리한 뒤 마지막으로 기름을 제거하고 포장존으로 이동한다. 약 3초간 바람을 쐬어 온도를 낮춘 후에야 직원이 치킨을 접시에 담는다.
레일형 튀김 로봇이 작동하는 모습. [사진=구서윤 기자] |
레일형 로봇은 여의도R점에 처음 도입됐다. 외형은 일반 튀김기와 유사하지만, 조리 버튼을 누르면 바스켓을 자동으로 들어 올려 튀김기에 투입하고, 중간중간 기름을 털어 완성되면 포장대로 옮긴다. 관절형 로봇과 달리 별도의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 기존 매장의 구조 변경 없이 설치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공동 개발한 관절형 로봇은 시간당 30~35마리, 네온테크와 개발한 레일형 로봇은 시간당 40~45마리의 치킨을 조리할 수 있다. 눈에 띄게 빠른 동작은 아니지만, 일정한 속도로 쉼 없이 작동한다는 점에서 효율성은 사람을 앞선다는 설명이다.
정욱 바른치킨 FC지원팀 팀장은 "처음 5~6마리는 사람이 더 빠를 수 있지만, 사람은 지치는 반면 로봇은 지치지 않는다"며 "기존에는 타이머 알람에 의존해 기름을 털다 보니 놓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로봇은 시간을 정확히 맞춰 조리해 직원이 다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른치킨은 약 5년 전부터 로봇 도입을 추진하며 시행착오를 거쳐왔다. 이 과정에서 로봇 가격도 초기 대비 약 40% 낮춰 점주 부담을 줄였다. 로봇을 도입한 매장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초기 투자 비용은 부담이지만, 180도의 고온에서 치킨을 튀기는 고된 작업을 대체해 인력난을 완화하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평가다. 기름을 털어내는 반복 작업이 사라지면서 손목 등 신체 부담도 줄었다. 실제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로봇이 도입된 매장인지"를 먼저 묻는 지원자들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근갑 바른치킨 대표이사. [사진=구서윤 기자] |
이근갑 바른치킨 대표이사는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로봇 도입을 적극 추진했는데 향후 2~3년 내 전체 매장의 50~60%이 로봇 매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협력업체와 조율해 점주에게 공급하는 로봇 가격을 40% 낮췄고, 신규 매장과 기존 매장의 로봇 도입을 적극 장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치킨 주문의 50~60%가 배달로 이뤄지는 만큼, 매장은 더 이상 좌석 수를 늘리는 공간이 아니라 효율적인 조리와 운영을 구현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매장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해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분위기와 청결 측면에서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로 바른치킨은 치킨업계에서 로봇 도입 비율이 가장 높다. 전국 185개 매장 중 27개 매장이 로봇을 도입했다. 회사 측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비해 매장 수가 적어 로봇 운영 실험에 따른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았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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