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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공소취소 하자”… 어느 판사의 한탄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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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을 다 망가뜨릴 바에야 차라리 공소취소를 하는 게 국민 피해가 작을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모임을 띄운 데 이어 ‘사법 3법’ 처리를 밀어붙이자 일선의 한 판사가 이렇게 토로했다. 한 사람의 재판을 막으려다 모든 이의 재판을 망칠 수 있다는 우려다.

세계일보

장혜진 사회부 기자

사법 3법은 사법제도의 근간을 절차적 숙의 없이 파괴하는 입법이란 점에서 논란이 상당하다.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휴먼 에러’가 있다면 휴먼을 고쳐야지, 왜 시스템에 손을 쓰려고 하느냐”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치적 문제를 제도 해체로 돌파하려는 시도는 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경찰청을 없앴을 때, 반사이익을 본 것은 불법 중국 어선이었고 피해는 우리 어민에게 돌아갔다. 미국도 19세기 동안 정치적 필요에 따라 연방대법관 수를 여덟 차례 조정했지만, 사법부 정치화 논란을 겪은 뒤 1869년부터 현재까지 9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 법조인은 “선진국 중 정치적 이해득실을 위해 국가 시스템의 근간을 이토록 가볍게 여기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재판소원법은 확정 판결의 기속력 자체를 흔든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민주당은 관련 규정에 대한 정비도 없이 이를 공포 즉시 시행하게 했다. 판사들은 “중형이 확정된 흉악범이 헌재에 형 집행정지를 신청해 인용될 경우 형 집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속기간 산정은 어떻게 할지 규정이 없다”며 혼란스러워한다.

재판소원 대상은 ‘법원의 확정 재판’으로, 판결뿐 아니라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다투는 재정신청 등 각종 결정과 명령까지 포함한다. 사법연감 기준 연간 1600만 건 규모다. 상당수 사건이 헌재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는 기대 속에 장기간 법적 불안정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민사 사건의 경우 반대 당사자, 즉 3심까지 가서 승소한 당사자의 절차참여권은 아예 규정조차 없는 상태다. 승소 당사자의 헌법상 권리인 ‘신속한 재판권’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공소취소까지 언급한 판사의 말이 씁쓸하게 귓가에 맴도는 이유다.

장혜진 사회부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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