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1일 중국 베이징 도심 지역인 둥청구에 위치한 둥쓰. 춘제(중국 음력설) 연휴로 길거리는 눈에 띄게 썰렁했지만 유독 한 가게 앞에는 50명이 넘는 사람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훙싱첸진(红星前进)’이라는 이름의 이 가게는 추억의 유리병 우유와 식빵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하다. 약 40m 떨어져 있는 130년 전통의 디저트 가게 ‘다오샹춘(稻香村)’ 역시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북적댔다. 인근 주민인 50대의 왕 모 씨는 “원래 유명한 곳인데 시진핑 국가주석이 춘제 전 다녀가면서 더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23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당국이 공식 인증한 노포인 ‘라오쯔하오(老字号)’ 탐방 열풍이 불고 있다. 더우인(중국판 틱톡)에 올라온 관련 해시태그의 누적 조회 수는 100억 회를 넘어섰다. 한약재 냉차로 유명한 음료 브랜드 왕라오지는 올 설 연휴 선물 세트를 출시한 지 72시간 만에 9억 6000만 위안(약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인기를 입증했다.
라오쯔하오는 중국판 ‘백년가게’로 전국에 1500개 안팎이 포진해 있다. 최소 50년 이상의 역사를 갖추고 브랜드 명맥이 이어져 온 곳 가운데 전통성과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업체만 선별된다. 최근에는 이들 브랜드가 젊은 층의 취향에 맞춘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 중국 차 브랜드 ‘우위타이’는 녹차 맛 아이스크림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복고풍 제품이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한국과 같지만 중국은 ‘궈차오(国潮·애국 소비)’가 열풍을 뒷받침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에 벌어진 무역전쟁 당시 화웨이 등 전자기기를 중심으로 시작된 애국 소비는 이제 문화와 레저 등 생활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9월 열병식을 앞두고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난징사진관’은 이러한 궈차오 수요를 정조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정부 역시 라오쯔하오를 소프트파워 강화의 핵심 자산으로 보고 해외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2024년 라오쯔하오 전체 매출 2조 위안 중 500억 위안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과도한 상업화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마오쩌둥의 서체와 붉은 별, 톈안먼광장 전경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던 ‘인민커피관’이 대표적 사례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관영 매체로부터 ‘인민’ 가치를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은 끝에 결국 상호명을 변경했다.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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