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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차 한대 값”…난임 진료, 지원 늘어도 부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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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혼 증가에 시술·진료비 껑충
난임 시술환자 4년새 25% 급증
진료비도 3380억…72%나 늘어
대부분 난자 채취·이식에 국한
호르몬제·PGT검사 등은 비급여
“본인부담률 5% 이하로 낮춰야”
서울경제


38세에 결혼해 현재 쌍둥이를 임신 중인 오 모(41) 씨는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소형차 한 대 값은 썼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다섯 번의 난자 채취와 자궁경 시술, 두 번의 이식을 거치며 1000만 원 넘는 비용이 들었다.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 비용만 440만 원에 달했다. 그는 “건강한 아이를 낳기 위해 PGT를 안 할 수 없었지만 그 비용이 한 가정의 생활비 수준이라 스트레스가 극심했다”며 “돈이 이렇게 많이 들 줄 알았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난임 시술의 경제적 부담과 정부 지원 사업의 각종 제한이 여전히 출산 의지를 가진 부부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2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0년 7만 505명이던 여성 난임 시술 환자 수는 2024년 8만 7780명으로 25%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진료비는 총 1962억 원에서 3380억 원으로 약 72% 급증하며 환자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특히 40대 여성의 증가세가 독보적이다. 2024년 40대 여성의 난임 시술 건수는 30만 828건으로 전년 대비 약 40% 늘었다. 진료비 역시 1년 만에 45% 급증하며 전체 평균 증가율을 웃돌았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지원 사업의 소득 기준을 폐지하고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한 점이 일정 부분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원이 늘면서 난임 진료 수요도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917억 원이었던 관련 예산은 2025년 1535억 원으로 증액됐다. 특히 지난해 4월 기준 누적 지원 인원도 5만 5238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한 해 전체 지원 인원인 5만 1924명을 4개월 만에 넘어선 수치다. 2024년부터는 종전까지 만 45세였던 연령 기준이 폐지됐다. 난임 시술 지원 횟수 또한 ‘부부당’ 25회였던 기준이 ‘출산당’으로 바뀐 바 있다.

하지만 현장의 정책 수혜에 대한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지원금이 난자 채취와 이식 등 기본적인 시술비에서 대부분 소진되기 때문이다. 정작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필수 약제와 검사는 비급여 영역에 몰려 있다. 난포 성장 주사나 니프티·PGT 같은 비급여 항목을 감안하면 난임 부부의 부담은 배 이상 늘어난다. 한 40대 여성은 “정부 지원금이 나와도 신선·동결 이식 각 1차 진행 시 자부담이 300만 원에 달했다”며 “호르몬제나 ‘콩주사’ 같은 필수 약제가 비급여라 지원금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지원 횟수를 제한하는 것도 장벽이다. 횟수가 소진되면 시술 비용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원 여력과 정책 기조에 따라 지원 항목이나 폭에 격차가 있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18차 시술을 받고 있다는 임 모 씨는 “25회 제한이 곧 끝나고 비용을 100% 자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고 생각하면 매번 절박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게 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험관 지원 차수 제한 폐지를 요구하는 집단적인 움직임도 나타난다. 지난해 12월 결성된 저출산난임대책위원회는 간담회 개최와 민원 제기 등 공동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단체의 김정은 위원장은 “20회 지원이 끝나면 시술비가 1회당 400만~600만 원으로 치솟는다”며 “사실상 경제력이 있는 사람만 아이를 낳으라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실제 30회 이상 신선 채취를 시도하며 1억 5000만 원가량을 쓴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원 정책의 초점을 비용 보조에서 의료 접근성 강화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창우 마리아병원 전문의는 “난임 치료를 체계적인 가임력 관리 시스템으로 편입하고 본인 부담률을 중증 질환 수준인 5% 이하로 낮추는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김지원 견습기자 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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