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서울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백신 관리 부실로 이물질 혼입 가능성이 제기된 백신과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이 접종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지적 사항을 수용하고 백신 접종·사후관리 체계를 전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23일 공개된 감사원의 ‘코로나19 대응실태 진단·분석’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2021년 3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총 1285건의 백신 이물 신고를 접수했다. 이 중 고무마개 파편이 835건(64.9%)으로 가장 많았고, 곰팡이·머리카락 등 위해 우려 물질도 127건(9.9%) 포함됐다.
그러나 질병청은 이물 신고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즉시 통보하지 않고 제조사에만 알린 뒤 조사 결과를 회신받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그 사이 동일 제조번호 백신의 접종은 계속됐고 접종이 완료된 뒤에야 조사 결과를 통보받는 사례도 반복됐다. 이물질이 확인될 경우 같은 공정에서 생산된 백신은 우선 접종을 보류해야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이물 신고 이후에도 동일 제조번호 백신 약 1420만 회분이 계속 접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접종받은 인원은 2703명으로 집계됐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백신 131만 회분이 품질 검사 없이 사용된 사실도 확인됐다.
조직 운영상의 허점도 드러났다. 2020년 질병청 승격 이후 보건복지부와 질병청 간 소관 업무 경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서 해외 제약사와의 백신 계약 협상이 한 달 이상 지연된 사례가 있었다. 감사원은 기관별 역할과 책임이 법령과 매뉴얼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주요 업무에서 혼선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역학조사관 법정 인원 미확보와 자가검사키트·마스크 유통 관리 미흡 등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했다.
질병청 “거리두기·코호트 격리 매뉴얼 구체화”
복지부와 질병청, 식약처는 감사 결과를 수용하고 보완책 마련에 착수했다. 백신 품질 이상 발생 시 식약처 신고와 조사의뢰 절차를 명문화하고 국가출하승인 여부를 확인한 뒤 접종하도록 상반기 중 매뉴얼을 정비할 계획이다.
기본권 제한 논란이 있었던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호트 격리 기준도 손질한다. 질병청은 올해 상반기 중 단계 상향·완화 기준을 구체화한 ‘공중보건 및 사회대응 매뉴얼’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준 질병청 위기관리총괄과장은 “매뉴얼의 기본 원칙은 과학적 근거와 투명성”이라며 “과거 경험을 토대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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