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초고속 충전 브랜드인 '이피트(E-pit)' 충전소에서 아이오닉 5 차량이 충전 중인 모습. (사진=현대차) |
22일 미국 에너지 시장 분석기관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독립형 4시간 배터리 저장 프로젝트의 글로벌 기준 비용은 2025년 MWh(메가와트시)당 78달러로 전년 대비 27% 하락했다. 이는 독립형 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BESS) 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배터리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와 함께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로 공급 과잉이 나타나면서 배터리 가격이 빠르게 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리튬 가격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며 배터리 셀 제조원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터리 팩 가격은 전기차 원가에서 30~4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요소다. 팩 단가가 낮아질 경우 완성차 업체는 차량 가격을 인하하거나 마진을 확보하는 선택이 가능하다. 최근 일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가격을 단계적으로 인하하거나 보급형 모델을 확대하는 배경에도 배터리 가격 안정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이에 맞춰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신차를 확대하는 동시에, ‘캐스퍼 일렉트릭’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모델로 시장을 넓히는 중이다. 동시에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해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을 동시에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아는 올해 1분기 하이브리드를 탑재한 신형 텔루라이드를 판매한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 대비 배터리 용량이 적어 원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충전 인프라 의존도가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판매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것도 이러한 현실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느려질 수도 있어 하이브리드가 ‘브리지 전력’으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 가격 하락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간 가격 격차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소비자 선택을 가로막았던 높은 초기 구매 비용이 낮아질 경우, 전기차 보급 속도는 다시 가팔라질 수 있다. 수입차 중에선 볼보가 소형 SUV EX30의 가격을 최대 761만 원 인하하며 시작가를 3000만 원대로 낮췄다. 앞서 테슬라는 모델3 퍼포먼스 가격을 940만 원, 모델Y를 약 300만 원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단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보조금 없이도 가격 경쟁이 가능한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 기업의 ESG 경영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친환경차 수요가 단기적인 경기 변동을 넘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