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한국도자기 총괄이사는 최근 서울 동대문구 한국도자기 빌딩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세상을 ‘브랜드 과잉 시대’라고 진단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성화하며 마케팅이 소비자 선택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김 이사는 마케팅에 집중한 신생 브랜드가 많이 생기자 오히려 브랜드의 역사와 진짜 정체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품 전 공정을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는 등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한 것이 우리만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자사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영섭 한국도자기 총괄이사가 서울 동대문구 한국도자기 빌딩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도자기) |
한국도자기는 고 김종호 회장이 1943년 설립한 후 3대째 대를 이어온 국내 대표 도자기 기업이다. 무늬 도자기가 드물던 1960년대에 ‘황실장미’ 시리즈를 출시했고, 1970년대에는 국내 최초로 정통 ‘본차이나’(동물 뼛가루를 섞어 만든 고급 자기)를 도입하는 등 혁신을 시도해 왔다. 성장 궤도를 달려 한창 도자기 업계가 활황이던 2011년에는 매출액 500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동남아 도자기 시장이 성장하고 국내 혼수 시장도 변화하자 도자기 업계는 다 같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도자기의 매출액도 100억원대로 가라앉았고 영업손실도 수년째 면치 못했다. 2017년부터 한 해(2022년)를 제외하고는 매년 수십억원대의 손실을 봤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시도한 ‘리브랜딩’(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실적 반등의 발판이 됐다. 한국도자기에 따르면 지난해 내부 추정치 매출은 전년(179억원) 대비 17%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김 이사는 “거의 모든 채널이 골고루 성장했고 매출 성장 중 대부분이 브랜드 매출 성장이었다”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의존하지 않고 자사 브랜드로 건강하게 성장했다는 것은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OEM은 기업 간 거래(B2B)에 기반하는 만큼 매출 규모가 크다. 다만 발주사가 OEM 업체를 다른 곳으로 바꾸면 매출 타격을 크게 받는다. 김 이사는 “매출 내 매우 큰 비중이 해외 브랜드 및 OEM 수출이었다. 하지만 원가를 중시하는 해외 OEM 바이어들이 중국 및 동남아로 생산을 이전했다”며 “2023년, 2024년 실적 악화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자사 브랜드를 달고 자사가 직접 만든 제품 매출을 늘리는 게 ‘건강한 성장’이라고 봤다. 결국 리브랜딩으로 자사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도자기는 2023년 초부터 브랜드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이맘때쯤 창립자 고 김종호 회장의 증손자이자 오너가 4세인 김영섭 이사는 전략기획팀장으로 회사에 합류했다. 김 이사의 합류로 리브랜딩에 속도가 붙게 됐다.
김 이사는 리브랜딩을 ‘표현 방식의 변화’라고 정의했다. 그는 “창업주부터 내려오는 회사의 기존 철학(전 공정 자체 생산 등)에는 모두가 공감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계속 봐왔기 때문에 늘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걸 지켜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다만 회장님(조부)과 사장님(부친)도 그걸 표현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표현 방식의 변화, 즉 리브랜딩에 있어 제 의견을 존중하고 믿어주신다”고 말했다.
믿음에 보답하고자 1991년생인 김 이사는 자신만의 젊은 감각을 뽐냈다. 대표적으로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패션 플랫폼 ‘29cm’, 디자이너 브랜드 ‘시엔느’와의 협업을 주도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협업 단독 상품을 출시해 소비자 호응을 이끈 것이다. 김 이사는 “제품을 가성비 위주로 바꾸거나 주 타겟 연령대를 내릴 의도는 없었다. 20대 소비자들을 미래 고객이라고 보고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고 접점을 늘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소비자 접점도 넓혔다. 한국도자기는 82년 만의 리브랜딩 성과를 지난해 열린 2025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2030 소비자, 디자이너,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리빙 산업 전시다. 리브랜딩 과정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오는 25일부터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전시에서도 이러한 접점을 이어간다. 김 이사는 “올해 리빙페어에서는 수묵담채화 모티브의 담채 콜렉션을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영섭 한국도자기 총괄이사.(사진=한국도자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