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총선(중의원 선거) 투표일에 자민당 본부에서 당선된 후보자의 이름 옆에 빨간 종이 장미를 놓고 있다. /EPA 연합뉴스 |
일본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난 1월부터 약 3000개 규모의 중국발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일본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정과 게시물의 특징으로 볼 때 중국발로 추정되며, 일본 사회의 분열을 부추기고 대외적으로 일본에 대한 평가를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인터넷 공간 분석 업체인 ‘재팬 넥서스 인텔리전스’ 분석에 따르면, 이들 3000개 계정은 총선 공시일인 1월 27일을 약 1주일 앞두고 활동을 시작해 “총리는 군비 증강과 역사 수정의 길을 열었다” “총리가 통일교로부터 표를 샀다” “사회보장으로 젊은 층의 부담이 늘어난다” 등의 주장을 영어와 일본어로 퍼뜨렸다.
해당 계정은 총 3000개로, 이 가운데 1000개는 내용을 게시했고 나머지 2000개는 게시물을 공유했다. 리포스트 계정의 상당수는 지난 1월 19~24일에 생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계정이 퍼뜨린 게시물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가타카나와 한자를 조합한 계정명을 사용했고, 일본어 게시물에는 어색하게 번역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해시태그(#)에는 중국의 간체자나 부자연스러운 일본어가 섞여 있기도 했다. 생성형 AI(인공지능)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도 활용됐다.
다만 각 계정의 게시물·공유·답글 수는 많아야 수 건에 그쳤다. 이에 대해 ‘재팬 넥서스 인텔리전스’의 류구치 나나사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같은 계정으로 대량 게시를 하면 플랫폼 사업자가 부정행위로 감지해 계정을 정지시키기 때문에, 다수의 계정을 사용하면서 게시량을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활동은 계속되고 있으며, 장기적인 공작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여론 조작이 중국발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의 구와하라 교코 연구원은 “배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국 공산당 및 정부가 일관되게 사용해 온 대일 비판의 내러티브 논점과 크게 모순되지 않는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사회의 균열을 파고들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일본 닛케이신문도 자체 조사를 통해 비슷한 취지의 보도를 한 바 있다. 일본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배신자 다카이치’ ‘다카이치 퇴진’ ‘다카이치는 컬트 교단 신자’ 등 해시태그를 게시하던 여러 계정을 닛케이가 분석해 보니, 계정들의 프로필 정보와 게시 방식에서 일정한 패턴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계정은 약 400개에 달했으며, 정보 공작을 목적으로 한 중국계 계정임을 확인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닛케이는 중국계 공작 계정의 글이 확산한 규모를 봤을 때 이번 선거에 미친 영향력은 한정적이었다고 분석했지만, 수법이 교묘해지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다카이치 내각은 외국의 부당한 간섭을 막기 위한 제도 설계의 일환으로, 내각정보조사실을 ‘국가정보국’으로 격상하는 법안 추진에 나선 상태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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