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무효로 판단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드라이브는 멈추지 않고 있다. 판결 직후 15%의 일률 관세를 꺼내 들며 ‘플랜B’를 가동한 데 이어, 미국 무역법 전반을 총동원해 기존 관세 체계를 재구성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시간을 벌고, 중장기적으로는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나아가 관세법 338조까지 결합한 ‘다층 구조’의 관세 체계가 가동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먼저 동원된 수단은 무역법 122조다. 이 조항은 대통령에게 ‘크고 심각한’ 무역적자가 발생했을 경우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별도의 조사 절차 없이 즉각 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 판결 직후 임시 대응책으로 선택됐다. 다만 국가별 차등 적용이 불가능한 보편 관세이고, 적용 기간도 150일로 제한돼 있다. 의회 승인을 받으면 연장이 가능하지만, 트럼프 관세에 대한 미국 내 부정적 여론을 감안하면 연장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행정부는 이 150일 동안 새로운 상시 관세 체계를 설계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축으로 거론되는 것이 무역법 301조다.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대응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으로, 트럼프 1기 당시 대중국 고율 관세의 법적 근거였다. 관세율 상한이 없고 4년 일몰 규정이 있지만 연장이 가능해 사실상 영구 관세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반면 대상국의 불공정 관행을 입증하고 공청회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고, 과거 사례에서는 실제 조치까지 1년 가까이 걸렸다는 점이 부담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301조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과 브라질에 대해 301조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과잉 생산 능력을 지닌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 국가는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결정 이후 평균 관세율 하락폭이 가장 컸던 국가들로 꼽힌다.
무역확장법 232조도 주요 카드다. 232조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특정 산업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미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목재에 관세를 부과했고, 의약품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해서도 품목 관세를 검토 중이다. 다만 이 역시 안보 위협 여부를 확인하는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은 필요하다.
여기에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제정된 관세법 338조까지 거론되고 있다. 338조는 미국 기업을 차별한 국가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조사 의무나 기한 제한이 없다. 실제 발동 사례는 없지만,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과거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무력화할 경우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구상을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로 단기적 전면 관세를 적용해 시간을 벌고, 301조로 국가별 관세를, 232조로 품목별 관세를 얹는 방식의 다층 관세 구조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선택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관세 플랜B가 순조롭게 작동할지는 불확실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법률 전문가들은 122조를 근거로 한 15% 관세 부과 조치 자체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와 달러화 평가절하 위험이 122조가 규정한 ‘근본적인 국제 지급 문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상황이 법에서 말하는 ‘크고 심각한’ 수준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시간이다. 122조가 허용하는 150일 안에 301조와 232조 조사를 병행해 상시 관세 체계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트럼프 관세 전쟁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