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60이 끝났다. 시호크스가 패트리어츠를 꺾은 경기 결과보다 더 오래 남을 것은 아마도 경기 사이사이에 끼어든 60초짜리 이야기들일 것이다. 30초에 1천만 달러. 하지만 슈퍼볼 광고의 진짜 승부는 월요일 아침에 시작된다. 사람들이 무엇을 기억하느냐가 그 1천만 달러의 가치를 결정한다. 올해, 기억을 둘러싼 가장 극적인 대조를 이룬 두 광고가 있다. 하나는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은 버드와이저, 다른 하나는 낙제점을 받은 코인베이스다.
버드와이저의 'American Icons'는 완벽한 서사였다. 어린 클라이즈데일 말이 둥지에서 떨어진 대머리독수리 새끼를 발견한다. 둘은 함께 비를 맞고, 눈을 헤치며 자란다. 레너드 스키너드의 'Free Bird'가 흐르는 가운데 독수리가 마침내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미국 건국 250주년이라는 시대적 맥락 위에 우정과 성장이라는 보편적 서사를 얹었다. USA투데이 애드미터 1위, 통산 10번째 정상. 켈로그 경영대학원 패널은 이 광고를 올해의 '대중 인기작(popular favorite)'으로 꼽았다.
코인베이스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Everybody (Backstreet's Back)'이 흐르는 카라오케 화면. 80년대 컴퓨터를 연상시키는 투박한 그래픽, 셀럽 한 명 없는 60초. 켈로그 패널은 F등급을 매겼다. "암호화폐 거래소라는 사실조차 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팀 캘킨스 교수의 평가는 단호했다. "슈퍼볼 광고의 본질은 브랜드와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제품이 뭔지, 왜 써야 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캘킨스 교수의 말이 맞다. 하지만 코인베이스의 캣 퍼던 부사장은 다른 게임을 하고 있었다. 코인베이스가 원한 것은 '설명'이 아니라 '참여'였다. 슈퍼볼 시청자의 60%는 함께 모여서 경기를 본다. 화려한 셀럽 광고 사이에서 갑자기 카라오케 화면이 뜨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따라 부른다. 실제로 한 워치파티에서 찍힌 영상이 이를 증명한다. 사람들은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코인베이스 로고가 뜨자 야유를 보냈다. 그런데 바로 그 야유가, 코인베이스가 원한 반응이었을지 모른다.
이것은 2022년의 반복이다. 당시 코인베이스는 화면에 QR코드 하나만 띄웠다. 광고계에서는 비웃었지만, 1분 만에 2천만 건의 접속이 몰려 사이트가 다운됐고, 그 광고는 슈퍼 클리오 어워드를 수상했다. '최악의 광고'가 '가장 많이 회자된 광고'가 되는 패턴. 코인베이스는 이 역설을 전략으로 삼았다. 제품을 설명하지 않고, 감동을 주지도 않는다. 대신 집단적 경험을 만든다. 광고를 '보는 것'에서 '참여하는 것'으로 바꾼다. 밈(meme) 시대의 문법이다.
이 대비의 이면에는 브랜드 수명의 문제가 있다. 버드와이저에게 클라이즈데일은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문화 자산이다. 48번째 슈퍼볼 출연이라는 역사 자체가 메시지다. 독수리와 말의 우정을 보여주기만 해도 '버드와이저다움'이 작동한다. 150년 된 브랜드의 특권이다. 코인베이스에게는 그런 자산이 없다. 13년 된 회사가 가진 것은 2022년의 QR코드 하나뿐이다. 감성 서사로는 버드와이저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게임을 선택했다. 설명 대신 당혹, 감동 대신 참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급락하는 와중에 내린 결정이라 더 대담하다.
그런데 올해 슈퍼볼에는 기억에 남는 또 다른 방법을 보여준 광고가 있었다. 앤트로픽(Anthropic)이다. AI 챗봇 클로드(Claude)를 만드는 이 회사는 슈퍼볼 역사상 가장 노골적인 경쟁사 저격 광고를 내보냈다. 운동법을 물어보는 청년에게 AI가 갑자기 키높이 깔창을 광고하고, 엄마와의 관계 상담을 요청한 남성에게 AI가 쿠거 매칭 데이트 앱을 추천하는 장면. 태그라인은 한 줄이었다. "Ads are coming to AI. But not to Claude(광고가 AI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클로드에는 아닙니다)." 오픈AI(OpenAI)가 챗GPT(ChatGPT)에 광고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정확히 그 약점을 찔렀다.
광고는 즉각 효과를 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Sam Altman) CEO가 직접 반격에 나섰다. "재밌지만, 명백히 부정직하다"는 420자 분량의 반박문을 X에 올렸다. "앤트로픽은 부유한 사람들에게 비싼 제품을 판다. 텍사스에서 챗GPT를 무료로 쓰는 사람이 미국 전체 클로드 사용자보다 많다." 마케팅 교수 스콧 갤러웨이의 진단은 정반대였다. "시장 리더가 경쟁자를 언급하는 순간, 이미 진 것이다." 허츠는 에이비스를 언급하지 않았고, 코카콜라는 펩시를 언급하지 않았다. 올트먼이 에세이를 쓴 것 자체가 앤트로픽의 승리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고 추적 기업 EDO의 데이터에서 앤트로픽의 두 광고는 오픈AI의 세 광고를 검색량과 사이트 방문 지표에서 모두 앞질렀다.
버드와이저는 감동으로, 코인베이스는 당혹으로, 앤트로픽은 분노로. 기억에 새겨지는 경로는 달랐지만, 셋 다 월요일 아침의 대화를 지배했다. 그리고 여기에 공통점이 있다. 가장 많이 이야기된 광고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광고가 아니었다.
다니엘 카너먼은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를 구분했다. 우리가 실제로 경험한 것과, 나중에 기억하는 것은 다르다. 기억하는 자아는 절정(peak)과 결말(end)에 의해 지배된다. 버드와이저의 독수리가 날아오르는 순간, 사람들은 감동했다. 코인베이스의 로고가 뜨자 사람들은 야유했다. 올트먼이 반박문을 쓰자 사람들은 흥분했다. 감동은 따뜻하지만 빨리 식는다. 당혹과 분노는 불편하지만 오래 남는다.
클라이즈데일은 아름다웠다. 카라오케는 어처구니없었다. 한 달 뒤, 사람들은 아름다웠던 것이 아니라 어처구니없었던 것을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1천만 달러의 가치는 거기서 갈린다.
글 : 손요한(russia@platum.kr)
ⓒ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 중화권 전문 네트워크' 플래텀, 조건부 전재 및 재배포 허용














